"결코 물러설 수 없다." "갈 데까지 가보자."정부가 김종규 전북 부안군수 집단폭행 사태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9일 부안 도심 전체는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특히 주민들은 "김 군수가 주민들의 폭행을 유도해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등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해 '건드리면 터지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날 새벽2시께 주민들의 산발적인 시위가 끝나면서 한때 주민들과 도심은 정상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새벽5시께 경찰이 1,300여명의 병력을 동원, '핵폐기장 백지화를 위한 범부안군민대책위'의 집회 주무대로 사용돼온 부안수협 앞 연단과 4차로 왕복도로변에 내걸린 핵폐기장 반대 플래카드를 철거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돌변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즉각 "또 다른 물리적 마찰을 부추기는 행동"이라며 반발했고 대책위도 플래카드 500여장을 다시 제작해 내걸고 집회를 강행키로 했다. 대책위는 "경찰의 집회방해가 계속될 경우 고속도로 차량 시위 등 투쟁의 수위를 높여가겠다"고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대책위 고영조 대변인은 "유일한 의견전달 창구인 촛불집회라도 해야 성난 주민들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데 이마저 막을 경우 물리적 충돌만 계속될 뿐"이라며 "정부가 계속 힘으로 밀어붙이면 결사항전의 자세로 장기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민들의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오후 들어 군청사 등 도심 곳곳에 경찰 60개 중대 7,000여명을 투입, 삼엄한 경비를 펼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부안수협 앞에서 만난 이불로(60)씨는 "정부와 경찰이 김 군수 폭행사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반대 주민들의 집회를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은 오히려 자제력을 잃고 있는 주민들의 감정만 자극할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부안 민심은 원전시설 반대투쟁이 3개월째 계속되면서 이미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다. 거리에서 만나는 주민들마다 "민주적 절차와 합의 과정을 무시한 핵 폐기장 유치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예측불허의 사태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경민(50)씨는 "생업을 포기한 채 원전시설 유치 반대에 전념하고 있는 주민들 사이에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심정이 팽배해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주민들 중 분신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 군수 폭행사태와 정부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각 또한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번 폭행사태는 김 군수가 주민들의 감정을 자극해 국면 전환을 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는 만큼 모든 책임을 김 군수가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이희영(48)씨는 "정부가 김 군수의 소신만 믿고 국책사업을 밀어준 것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며 "정부나 언론이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주민들의 폭력성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부안=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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