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의 중견기업 지분·채권 인수 행보가 재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대한전선측은 최근의 인수를 순수한 재테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해당 기업들은 계열사 확장을 위한 무차별적 기업 사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6∼7월 3차례에 걸쳐 자사와 계열사 명의로 3,486억원(담보 2,753억원, 무담보 733억원) 상당의 진로 채권을 사들였다. 이 회사가 이 때 사들인 채권은 진로 담보부 채권(약 3,500억원)의 80%에 육박하는데다 매입 과정이 석연치 않아 투자 이외의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대한전선이 이때 매입한 채권은 원소유자들이 법정관리 직전에 진로 오너들의 자금 지원을 받아 대리 매입했던 것이고, 매매도 관행에서 벗어난 비공개 지정매매 방식으로 은밀하게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투자 목적이라면 공개경쟁입찰방식을 피하고 지정 매매할 이유가 없다"며 "대한전선과 진로 전 경영진들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았겠느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대한전선은 이에 앞서 지난 해 10월 투자회사인 클라이언파트너스를 통해 쌍방울의 지주회사인 에드에셋(현 SBW홀딩스·쌍방울 주식 785만주(32.74%) 보유)에 180억원을 빌려줬다. 동시에 장외에서 100억원 상당의 쌍방울 주식 200만주(8.34%)를 사들였다.
쌍방울 관계자는 "대한전선이 상당한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간접 투자한 뒤 은밀하게 장외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여 쌍방울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며 "내의산업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기업이 쌍방울을 좌지우지하다 보니 지난 1년간 사장이 3번이나 바뀌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전선은 이밖에도 지난 해 5월 무주리조트를 1,470억원에 인수했고, 용산 선인상가를 인수한 부동산 투자회사 지포럼에이엠씨와 르메이르건설의 채권을 각각 1,300억원, 200억원 어치씩 사들이는 등 왕성한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한전선 하성임 상무는 "무주리조트를 제외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재테크 차원에서 담보를 확보하고 돈을 빌려준 것"이라며 "적정한 수익률만 실현하면 철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대한전선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연 20% 내외의 높은 이자율로 수백억원씩 돈을 빌려줘 큰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돌고 있다.
이에 대해 하 상무는 "현금 6,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은행 이자율보다 높은 이율을 보장하는 기업이 있으면 앞으로도 계속 자금을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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