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7일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후 비용으로 870억 달러의 2004 회계연도 예산편성을 의회에 요청하고, 유엔과 국제 사회에 이라크 전후 처리를 위한 협조를 촉구했다.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30분(한국시각 8일 오전) 백악관에서 가진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대 테러전의 필수적 승리와 자유의 증진, 미국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고, 필요한 비용을 지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5월1일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 호 함상에서 사실상 이라크 종전 선언을 한 이래 처음으로 이뤄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 우방 모두가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려는 우리 결정에 동의했던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우리는 과거의 이견이 현재의 임무를 방해하도록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심 전선이 되고 있다"며 "미국 주도 하에 세계각국의 군대가 이라크 재건에 협력할 수 있도록 유엔이 새로운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부시 대통령은 18분간에 걸친 연설 동안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거론하지 않았으며, 이라크에서의 대량살상무기 미 발견 문제도 꺼내지 않았다.
이날 연설은 이라크 주둔 사상자의 증가와 폭탄 테러 확산 등 혼란으로 미 정부의 이라크 정책과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 최근 들어 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은 미국이 이라크 재건 과정에 국제적 동참을 얻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부시 대통령의 배타적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여 왔다.
이날 연설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 개전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언론들은 특히 870억 달러의 전후비용으로 정부 재정적자가 누적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올해 책정된 790억 달러에 이어 2004 회계연도에 870억 달러가 전비로 소요됨으로써 미국은 당초 예상치의 두 배를 넘는 비용을 감당하게 됐다"며 "이로 인해 내년 예산 적자는 5,620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의 예산 요청액은 당초 미 의회의 예상액을 상회하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당초 600억∼800억 달러의 예산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대선 와중에 다시 예산증액을 요구하는 대신 규모를 대폭 늘려 예산적자에 대한 비난을 한 번에 받으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미 의회는 초당적 차원에서 부시 대통령의 요청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회 일부에서는 재원의 사용 내역을 따지기 위한 명분으로 청문회를 열기로 하는 등 부시 정부의 이라크 정책 부재를 본격적으로 공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둘러싼 외교적 마찰을 빚었던 프랑스 독일 등 우방과 러시아 중국 등 유엔 안보리 회원국의 참여를 호소했지만 이들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이라크 치안 유지 및 재건에 동참할지는 미지수이다.
부시 대통령은 "유럽과 일본, 중동국가들은 그 두 나라(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성공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것이며 그들의 성공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한 참모는 미국이 다른 국가들에 대해 군대의 파견과 함께 300억∼55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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