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매 취소하자." 올 추석에는 이런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각 방송사들이 추석 대목을 잡기 위해 경쟁적으로 화제작을 선보이고 있어 대단한 영화 전쟁이 치러질 전망이다. SBS가 '라이터를 켜라'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지난해 개봉된 국내외 화제작을 풍성하게 준비하자 KBS가 '반지의 제왕' '슈렉' 등 화제작으로 맞불을 놓는다.라운드 1. 한국 영화 흥행작 대결
5일 개봉된 '불어라 봄바람'의 장항준 감독, 배우 김승우의 첫 콤비작이 '라이터를 켜라'다. 김승우 차승원의 연기 호흡이나 영화의 짜임새로 보면 두 번째 영화보다 '라이터를 켜라'가 한수 위다.
520만 명을 불러 모아 역대 흥행 기록 4위에 랭크된 '조폭 마누라'(감독 조진규)는 사실 온 가족이 모여서 보기엔 민망한 장면과 육두문자가 마구 쏟아져 나오는 영화지만 오락성에선 높은 점수를 받은 영화. '일단 뛰어'(감독 조의석)는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권상우의 영화 데뷔작으로 날라리 부잣집 아들이 달러가 가득 든 돈가방 소동에 휘말린다는 내용이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울랄라 시스터즈'는 TV에는 처음 소개되는 영화. '달마야 놀자' '신라의 달밤' '넘버 3'는 재방되는 것이지만 온가족이 모여 보기엔 부족함이 없는 오락 영화다. 1978년작 '소나기'(감독 고영남), 1974년작 '아빠하고 나하고'(감독 이원세)는 386세대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단체관람 영화'.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적합하다.
라운드2. 할리우드 별들의 전쟁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감독 피터 잭슨)가 가장 눈길을 끈다. 1954년 J.R.R. 톨킨의 원작이 출간되자 뉴욕타임스는 '1960년 이후 전 세계는 두 종류의 사람들로 나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과 읽을 사람으로…'라는 극단적 찬사를 보냈다. 1편은 세상을 지배할 절대 반지를 우연히 손에 넣은 호빗족 청년이 반지를 버리러 가는 첫 여정을 그렸다.
아이들보다 성인이 더 열광한 드림웍스사 제작 '슈렉'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위선(?)을 벗어버린 가슴 후련한 애니메이션이다. 초록색 괴물 슈렉과 마법에 걸린 피오나 공주의 사랑 얘기를 보면서 아이들과 함께 얘기를 나눠보면 재미가 두 배. 덴마크 애니메이션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도 잊지 말자.
3편까지 나온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최고는 역시 "I'll Be Back"이라는 대사가 귓전에 선한 '터미네이터2'(감독 제임스 카메론).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도 놓쳐서는 안 될 수작이다. 필립 K.딕의 단편을 거대한 스케일로 옮긴 영화로 범죄예상프로그램에서 미래의 범죄자로 지목된 존 앤더톤이 음모의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을 그렸다. 코믹 배우 주성치가 감독·주연을 맡은 시원한 축구 영화 '소림축구'는 낙오자들의 축구대회 도전기로 오랜만에 보는 잘 만든 홍콩 오락영화다.
미 코믹북스의 인기 만화가 원작이지만 암울한 블록버스터인 '엑스맨'도 돌연변이들의 외로움을 그린 이색적 블록버스터. '버티칼 리미트'는 주인공의 연기 보다는 대단한 설경으로 눈길을 잡는다. 대만 뉴웨이브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은 누구나 부닥칠 수 있는 일상의 문제를 통해 '대체 사는 게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던져주는 영화로 북적거리지만 허허로운 연휴 마지막 날 보기에 적당한 영화다.
'글래디에이터' '퐁네프의 연인들' '화양연화' '불의전차' '여인의 음모'는 모두 과거에 소개됐지만 다시 봐도 후회하진 않을 영화들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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