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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으로 읽어 본 질병]<8>우울증도 전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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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으로 읽어 본 질병]<8>우울증도 전염된다

입력
200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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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사람의 에너지는 내향적으로 자신에게 향한다. 우울증 환자는 안타깝게도 남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닌 일도 하루 종일 생각하면서 병을 키워나간다. 물론 일부러 그렇게 하거나 꾀병을 부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우울한 사람이 뿜어내는 우울 에너지는 아주 전염성이 강하다. 그런 세균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옆에 같이 있으면 멀쩡하던 사람도 우울하게 느끼기 시작한다는 말이다. 우울한 기분이 들면 마음 속의 경보장치가 작동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울한 사람을 피하고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쾌활하고 심각하지 않은 사람을 좋아한다.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충분히 인생이 부담스러운데 다른 사람의 인생문제까지 부담지고 싶지 않다. 그런 면에서 다른 사람의 인생문제를 직업적 윤리와 능력을 기반으로 자세히 들어주고 원만하게 해결해주는 정신과 의사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정신과가 전공이 아닌 다른 과 의사들에게는 우울한 사람이 호소하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몸과 마음의 증상이 매우 부담스럽다. 환자의 이야기를 좀 듣다가 자신도 우울한 기분에 젖으면 마음 속에서는 "빨리 이 자리를 피해야 해!"라고 경고를 울린다.

그래서 의사들은 마음과 마음이 서로 소통하는 방법인 면담은 되도록 짧게 하고 소위 감정이 실리지 않는 주사, 약, 검사, 수술에 의존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환자의 세세한 이야기 듣기를 주저한다면 환자를 잘 도와주기 어렵다. 어떤 환자에게는 왜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지를 알아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바람직한 의사-환자 관계를 통해 환자를 제대로 도와줄 수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환자들도 자신의 우울함이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고 스스로를 고립시킬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무조건 의사나 주변 사람에게 매달리기 보다는 적절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편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우울함이라고 하는 증상이 반드시 도려내어서 없애버려야 하는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울해서 안으로 향하는 에너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기분이 붕붕 뜨는 상태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자신의 내면세계를 좀더 깊이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물론 자살을 생각할 정도라면 정신과의사를 찾는 것이 좋다.

정신과 말고 내과나 외과를 찾는 환자들의 상당수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우울증을 고쳐야 몸의 병도 잘 낫는다. 우울증은 점점 효과가 좋아지고 있는 항우울제 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면 쉽게 낫는다.

/정 도 언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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