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추석에 해당하는 미국의 명절은 추수감사절이다. 11월 네 번째 목요일이라 절기 상으로는 꽤 차이가 난다. 이날이 오면 미국인도 고향으로 가서 가족, 친구와 오랜만에 회포를 푼다. 주로 여성이 음식준비를 하는 것도 우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명절이 '여성의 노동절' 만은 아니다. 남성이 나서서 부엌 일을 분담하고, 여러 집에서 음식을 나눠 만들어 오는 팟럭 파티를 하기 때문이다. 이날과 관련된 '다섯 낟알의 전설' 이 있다. 예전 '디어 애비' 칼럼에서 읽은 검소한 얘기다.■ 정착민에게 첫 겨울은 몹시 추웠다. 식량은 모자라, 먹을 것이 옥수수 다섯 알인 날도 있었다. 봄이 오자 아껴두었던 옥수수를 심었다. 태양과 비의 도움으로 가을에는 많은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었다. 그 후 이주자들은 추수감사절이 되면 옥수수 다섯 알을 식탁 접시 위에 놓았다. 그리고 말했다. <첫 번째 옥수수 낟알은 가을의 아름다움을 상기시킵니다. 두 서로에 대한 사랑을 세 가족 간의 네 친구, 특히 인디언 형제들을 다섯 그들의 자유를> 자연에 대한 경건함, 인간 서로의 사랑과 신뢰로 가득 찬 전설이다. 첫>
■ 추석 선물을 전달하는 택배 차들이 한창 분주하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는 최근 역대 대통령의 명절선물을 공개하며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선물 할 것을 권유했다. "명절 때 선물을 하지 않는 것은 내 정서엔 맞지 않는다" 는 훈훈한 말과 함께. 그러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00만∼200만원을 보내왔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시시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는 대목은 껄끄럽다. 돈을 선물한 것부터 마뜩찮고, 액수도 너무 많지 않은가. 폐쇄사회의 내부자 거래 같아 보인다. 굿모닝시티 자금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정 대표의 처지를 떠올리면 쓴웃음도 나온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물은 김과 한과였다는데, 그 정도도 기억이 안 날 만큼 시시한가. 무형의 아름다운 선물을 한 사람도 많다. 남루한 명절을 멋과 흥으로 승화시킨 신라 거문고의 명인 백결 선생도 있다. 세밑에 집집마다 울리는 떡방아 소리를 듣고 아내가 걱정했다. "우리는 무엇으로 과세를 하나요." 그는 거문고로 방아 찧는 소리를 내어 아내를 위로했다. 이것이 유명한 '대악' 이다. 소박한 선물에도 정이 담겨 있다. 그러나 함부로 '시시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받을 자격이 없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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