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콩깍지는…"물어내! 물어내!"를 외치며 깊은 밤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뛰어 내린다고 남편을 협박하는 여자가 있다. 30대인 그녀는 "당신만 만나지 않았다면, 아니 그 때 내 눈에 콩깍지만 씌워지지 않았다면 당신 같은 남자 안만났을텐데…"하며 당장 뛰어 내릴 듯 발을 구른다.
그녀는 남편에게 돈이나 비싼 옷이나 해외여행이나, 또는 남편의 사랑이 모자란다거나 등등 요구조건이 있을 때 '이 원수의 콩깍지'를 외치며 잠든 이웃을 깨운다.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을 적마다 콩깍지를 내세우는 아내 때문에 화가 난 30대 샐러리맨은 "라식 수술로 콩깍지는 제거 안되느냐?"고 안과를 찾아가 묻기까지. 인터넷 게시판에 실린 이 유머는, 콩깍지 때문에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후회하는 기혼자가 70%를 훨씬 웃돈다는 사실을 일부일처제 결혼의 위기라고 해석하고 있다.
재선택 받지 못할 직장인들
"뜻밖의 대박이 터져서 또 한번 결혼할 찬스가 왔을 때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시겠습니까?"
필자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여러차례에 걸쳐 이 질문을 중심으로 결혼에 관한 의식구조를 조사한 일이 있다. 이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변을 한 아내가 너무 많아 처음엔 놀랐고 지금은 절망한다.
현재의 남편과는 절대로 재혼 않겠다고 답한 숫자는 20대 52%, 30대 66%, 40대 79%, 50대 53%, 60대 46%로 나타나 있다. 10여년 전이나 최근의 어느 인터넷 조사에서나 이 비율은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이 나라의 남편 대부분이 아내로부터 '재선택받지 못할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억울하지 않은가? 한국의 남편들은 더구나 직장인은 아내와 자식을 위하여 하기 싫은 일도, 원치 않는 일도 마다 않고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아내로부터 다시 선택받지 못할 존재라니… 같은 질문에 대해 남편은 93%가 아내를 재선택 하지 않겠다고 단언하고 있다. 직장인 아내들이 명심해야 할 숫자다.
회사는 50도 안됐는데 헤어지자고
아내에게 재선택받지 못하며 사는 이 나라의 측은한 직장인에게 더욱 잔인하게 들릴 질문 하나.
"아내로부터의 재선택은 그렇다 치고 회사로부터 재선택 받을 자신은 있는가? 상사로부터 재선택 받을 자신은 있는가? 현재 종사하는 자신의 직업으로부터 재선택 받을 자신은 있는가?"
아내는 80이 넘어도 같이 살아주지만 회사는 50이 넘기도 전에 헤어지자고 하는 판이다. 회사가 눈에 콩깍지가 끼지 않는 한 누가 당신 같은 직장인을 또 받아주겠느냐고 나오지는 않게 해야 한다.
콩깍지는 사랑에만, 남자와 여자 사이에만 깃들지 않는다. 직장을 선택하는 데도 콩깍지는 개입한다. 회사가 사원을 선택하는 데도 콩깍지는 개입할 여지가 있다.
그래도 콩깍지가 끼어있는 동안은 행복하다고 말하는 애인들도 없지는 않다. 콩깍지가 제거되고 나면 남는 것은 환멸과, '이건 아닌데' 하는 미흡감 뿐이다. 그러니까 직장으로부터 재선택 받을 비결을 마련하든가 아니면 그냥 '우리 회사 최고'라는 콩깍지가 씌어있는 채로 살든가 둘 중의 하나다.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장 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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