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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얼굴 ―제주서 만났던 한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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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얼굴 ―제주서 만났던 한준수

입력
200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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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5월 군복무를 마친 기념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났습니다. 젊음 하나만을 믿고 별다른 준비없이 부산에서 제주도행 배에 몸을 실었지요. 제주도에 도착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진짜 문제는 한라산 정상에 올랐다가 하산하는 과정에서 벌어졌습니다.백록담의 장관을 보고 나서 암벽 코스쪽으로 내려 가려는데 관리인이 "암벽 코스로 하산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며 제지하더군요. 아는 길이라고는 아까 올라왔던 암벽 코스 뿐인데 암담했습니다. 이 때 한준수라는 산악인이 등산로에 대한 정보를 알려줘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이 때는 별다른 생각 없이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 제주도 선착장에서 부산항 배를 기다리다가 이 친구를 다시 만났습니다. 너무 반가워 인사말을 나누었는데 알고 보니 동갑이더군요. 말을 텄고 전생에 인연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부산에 도착해 준수의 여자 친구와 인사를 나눌 정도로 우리는 친해졌습니다. 부산에 살고 있던 준수는 나를 해운대 근처의 시장에 데려가 장어구이를 사주고, 용두산 공원에 올라가 삼겹살 파티를 열어 주었습니다. 소주 한잔을 곁들인 그 때의 멋진 파티는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젊은 날의 추억이 됐군요.

나는 준수에게 "서울에 올라오면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연락처도 나누지 않고 막연히 약속했지요. 서울행 고속버스에 오르자 준수는 여자 친구와 함께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습니다. 가슴이 찡하더군요.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가 이제 갑자기 생각이 납니다. 준수야, 지금도 산을 타고 있니? 결혼은 했겠지. 아이들은 몇인지 궁금하구나. 예전에 내가 했던 약속을 지킬 테니 행여 이 글을 보거든 연락을 해다오. 나는 경기도 안양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단다. 내 홈페이지(www.ksanchoi.co.kr)에 연락처를 남겨다오.

/최기만·경기 안양시 호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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