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연방 총선거나 주의회 선거의 투표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놓고 독일 정치권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자유민주당 신자유주의자 그룹의 클라우스 하우프트, 헤르만 오토 솔름스 하원의원 등이 최근 제출한 '가족투표권 법안'에 따르면 갓난아이부터 11세의 어린이에게도 투표권을 주되 부모가 이를 대리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12∼17세의 청소년은 직접 투표할 수도 있도록 규정했다. 현재 독일의 투표 연령은 18세다.
하우프트 의원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 헌법 정신에 따라 어린이들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현재 독일인 5명 중 1명에게 투표권이 없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안에 대해 볼프강 티어제 하원의장과 안트예 폴머 녹색당 부당수, 사민당 소속의 레나테 슈미트 가정부 장관 등 상당수 유력 정치인들이 지지하고 있다. 기민당 출신인 로만 헤어초크 전 대통령까지 이 법안을 긍정 평가하고 있어서 어린이 투표권 논란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미래를 이끌어갈 세대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면서 "가족 개념이 정치에 영향을 줄 때에만 미래가 보장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부모의 정치적 견해가 다를 경우 투표 대리권 행사를 조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녀가 없는 가정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몇 년 안에 이 법안이 제정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우선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 헌법 개정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요 정당 내부의 대체적 기류도 부정적이다. 프란츠 뮌터페링 사민당 원내총무는 "선거제도 변경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고, 라우렌츠 마이어 기민당 사무총장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따라서 어린이 투표권 논란은 지방선거 14세, 연방 총선 16세 정도로 투표권 연령을 낮추는 쪽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베를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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