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 강력1반 사무실. 전날 혼자 가스총을 들이대며 현금 수송차를 털려다 붙잡힌 전모(24)씨를 조사하던 경찰은 연신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연발했다. 전씨는 조사를 받는 동안 쉼없이 눈물을 흘렸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남자친구와 가족들에게는 "잘못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전씨의 손목에는 차가운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6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간호조무사로 성실히 일해 온 전씨는 남자친구 A씨와 11월9일 A씨의 고향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A씨가 최근 여러 차례 사업에 실패하면서 빚을 지게 되고 A씨의 가족조차 빚 보증을 잘못 서 거액의 손실을 입으면서 A씨의 불안감은 커지기 시작했다. 전세자금 마련에 한푼이라도 보태려고 봉제공장에 나가기 시작한 예비 신랑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전씨는 A씨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던 4일 오후 시내버스를 타고 경기 남양주시 집을 나와 서울로 가던 전씨는 새마을금고를 보곤 반사적으로 버스에서 내린 뒤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나선 아버지가 갖고 있던 가스총과 1회용 비닐장갑을 가지고 다시 새마을금고로 되돌아왔다.
전씨는 밖에서 영업이 끝나길 기다린 뒤 마침 소형 현금수송 승용차가 나오자 주저없이 승용차에 올라탔다. 전씨는 나름대로 직원 3명을 협박했지만, 권총도 아닌 가스총인데다 전씨가 여성인 사실을 간파한 직원 2명에 의해 5분 만에 제압됐다. 전씨는 "강도짓이 힘든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총을 들이대면 모두 도망갈 줄 알았다"며 후회의 눈물만 흘렸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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