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 지음 준코 야마쿠사 그림 마음산책 발행·8,500원그 집에는 악어가 산다. 싱크대, 화장실에서 불쑥 나온다. 책장이나 베란다에서 마주칠 때도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다투고 마음이 아플 때, 문득 혼자라는 외로움에 떨 때, 우연히 옛 연인을 만나 가슴이 두근거릴 때 악어가 나타난다. 그 순간 인생은 전환점이다.
소설가 조경란(34)씨가 '악어 이야기'를 썼다.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야마쿠사 준코의 그림 '전설의 악어 제이크'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이다. 야마쿠사의 일러스트가 함께 실린 산문집은 조씨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다. 그는 악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세상에 연다.
할머니는 당신 생신에 손수 복어국을 끓여 드시고 자살했고, 이혼한 고모는 애인의 아파트에서 떨어져 죽었다. 평소 다정하고 소심한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폭력을 휘두른다. 몸에 '나쁜 피'가 흐르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 '해가 비치면 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을 때 악어를 봤다.
소설을 쓰기 위해 식탁을 놓았다. 작업실인 옥탑방에는 책상을 들여놓을 공간이 없어서다. "이것도 좋은데"라고 다독일 때 슬그머니 식탁 위로 기어올라오는 악어가 보인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들렀을 때도 만났던 악어다. 호텔에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침식사'를 즐기면서 "지금이 내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때"라고 행복한 한숨을 쉬었을 때다. 확실히 인생은 나쁘지 않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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