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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주부는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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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주부는 일하고 싶다

입력
2003.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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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한 평생이라는 게 알고 보면 짧은 것이다.내일 모레면 벌써 마흔 살. 얼마전만해도 누가 나를 '아주머니!' 라고 부르면 몹시 불쾌했는데 어느 새 그 소리에도 무덤덤해졌다. 사랑이니 뭐니 하는 것들도 이제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것이 인생인가.

멋과 낭만 대신 내 마음을 차지한 것은 절박한 생활의 문제였다. 초등학생이 둘이다 보니 학원비, 학습지 구입비가 만만치 않다. 과외비는 왜 이리 비싼지. 시쳇말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그렇다고 과외를 끊을 용기는 나지 않는다. 어쩌란 말인가. 빠듯한 살림살이를 더욱 줄여서 과외비를 마련하는 수밖에….

며칠 전 구청의 아르바이트 주부 모집공고에 지원했다. 그런데 같이 지원한 이웃집 주부는 합격했고 나는 떨어졌다. "인혁이 엄마, 나만 뽑혀서 어떡하지. 구청 담당자가 인재를 볼 줄 모르네." "아니예요. 경찬이 엄마가 나보다 나은 점이 많으니까 합격했겠지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씁쓸했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언제 전화해도 친절하게 받아주는 그는 나의 둘도 없는 단짝이자 인생 카운슬러이다. "난 왜 이리 소심하고 되는 일이 없지." 그는 나의 넋두리를 귀찮아 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조언했다.

"네가 얼마나 장점이 많은데 기가 죽어있니. 처음부터 대심(?)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 커피숍, 서빙, 매장판매 등 이것 저것 가리지 말고 다시 한번 지원해봐. 경험이 쌓이다 보면 성격도 조금씩 변할 거야. 거리를 걸을 때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하게 나서렴. 내가 당당해지면 남도 나를 인정해준단다."

내가 아직까지 몰랐던 나의 장점을 친구가 하나씩 이야기해주자 신기하고 기운이 났다.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말을 들으니 다시 세상과 맞서 싸울 용기가 생겼다. "그래, 다시 한번 해보지, 충고 고마워." "그렇다고 정말 아무거나 하면 안된다!" 우리는 깔깔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주부는 일하고 싶다. 미국에 살고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우리나라 처럼 편한 주부들이 없다고 한다. 다른 나라 주부들보다도 시간이 많다 보니 불륜도 많고 이혼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부에게도 몰두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사는 주부들이 많다. 그런 주부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아줌마 파이팅!

/hjj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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