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4일 하나로통신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한 것으로 확인됐다.이에 따라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둘러싼 대주주간 지분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며 외자유치 등 유동성 문제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정보통신부가 외자유치를 결정한 이사회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표명한 가운데 LG가 외자유치 반대를 위한 지분확보에 나섬으로써 정부와 LG의 정면대결 양상도 우려된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날 LG투자증권과 동원증권 미래에셋 등 국내 증권사 창구를 통해 하나로통신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였다. LG가 이날 사들인 매수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LG투자증권의 자체 상품계정에서만 500만주(1.8%)를 매수했다. 이에 따라 LG그룹의 하나로통신 지분율은 15.9%에서 17.7% 이상으로 높아졌으며 증권가에서는 다른 계열사들도 지분을 추가 매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 관계자는 "LG투자증권이 투자 목적으로 매입했으며 총 매수량은 전체 운용규모 차원에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해 추가 취득 가능성도 시사했다.
LG의 매집으로 이날 하나로통신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았으며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3,200만주나 거래됐다.
LG의 조치는 내달 21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표대결을 통해 SK텔레콤이 제안한 외자유치안을 부결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LG 고위 관계자도 이날 "기간통신사업자인 하나로통신 지분을 특정 해외 펀드에 매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주총에서 외자유치 반대의사를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참석 주주의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외자유치 특별결의 사항은 주총에서 LG가 반대할 경우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원증권 양종인 연구원은 "LG의 지분 매집은 경영권을 지키고 외자유치를 무산시키거나 최소한 정부와의 우호적인 협상을 하기 위한 카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진대제 정통부장관은 이날 "일단 이사회에서 외자유치안이 채택된 만큼 대주주(LG)는 개별 이해관계를 넘어 대승적으로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장관은 또 "외자유치안이 내달 주총에서 부결돼 유동성 위기가 재발한다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 하나로통신의 법정관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LG측에 압박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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