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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농촌에서 들은 한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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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농촌에서 들은 한숨소리

입력
2003.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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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농활(농촌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모처럼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슴이 답답했다. 심각한 농촌의 현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느낌은 나뿐 아니라 농활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가질 것이다.대학생인 나에게 농활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한 여름 뙤약볕에서, 혹은 장대비 속에서 일을 했지만 그것은 단순히 괴로운 작업이 아니었다. 이 나라, 이 사회를 이루고 있는 여러 삶의 모습 중 알지 못했던 하나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느낄 수 없었던 삶의 소중한 의미도 깨달았다. 또 수입 농산물과 경쟁이 되지 않는 우리 농산물의 현실을 목격하고 마음이 아팠다. 농촌에서는 50대가 청년회의 주축이 된지 이미 오래다. 흰 머리의 노인들이 농사짓는 모습은 이젠 차라리 익숙하다. 부농이 있다곤 하지만 대부분 농촌에서는 1년 벼농사로 얻는 것이 이듬해 뿌릴 씨앗 값 정도에 불과하다.

작년과 올해에 이은 농활 경험 탓인지 농산물 개방이나 세계무역기구(WTO) 문제 등 농촌과 관련된 얘기만 들으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난다. 더욱 내 가슴을 짓누르는 것은 어떠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도 없이 수입 농산물과의 무한 경쟁 속으로 농민들을 내모는 듯한 정부의 태도다. 국제사회의 압력을 수용하는 동안 농가 부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만큼 농촌 가계에 주름도 깊게 패이고 있다.

농활 경험만으로 농촌을 안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다만 같이 살아가는 이웃으로서의 농민이 현재 어느 정도 힘이 드는지 관심 정도는 가져주자고 당부하고 싶다. 가격이 싸고 구입하기 편리한 수입 농산물을 사는 소비자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과 질이 중요한 것이지 어느 나라의 제품이냐는 상품선택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소비자들의 손에 우리 농산물을 쥐어 주기 위해서는 우리 농산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품질을 높이고 유통구조를 개선해 수입 농산물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한가운데에 우리 젊은 2030세대들의 관심이 더더욱 필요하다. 올해는 일손이 없어 추수하지 못한 가을 들녘의 고개 숙인 누런 벼들을 더 이상 보지 않기를 바란다. 벌써부터 가을 농활이 기다려진다.

김 승 현 한신대 경영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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