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경주. 신라의 고도 경주는 도시 전체가 통째로 국립공원이다. 1960년대에는 신혼여행지로, 이후에는 수학여행지로 명성을 날려왔다. 누구나 한 번은 다녀왔을 법하다. 그러나 40대 이상이라면 기억에 아련하고, 20∼30대라도 수학여행이라는 흥분에 가려 진면목을 눈에 제대로 담지 못했을 것이다. 추석 연휴를 앞둔 주말, 차분하게 경주를 둘러본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지만 특히 여행지는 2년 주기로 변한다. 달라진 모습과 남아있는 모습을 보며 새삼 추억에 잠겨본다.준비
경주 시내에서 1박, 바닷가 감포에서 2박을 하는 일정을 잡는다. 오랜 여행지였던 경주 시내에는 숙박시설이 널려있다. 특급호텔만 10개이고 대형 콘도가 5개이다. 토함산에는 자연휴양림까지 있다. 여관은 부지기수이다. 그러나 10월까지 세계문화엑스포가 열리고 있어 반드시 예약을 해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경주문화관광정보 사이트(www.gyeongju.go.kr/ctour)에 접속하면 유형별로 숙박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감포는 경주와 인근 도시 사람들이 주말에 즐겨 찾는 바닷가. 대부분 여관이다. 역시 예약을 해야 한다. 감포장여관(054-744-3076) 그랜드모텔(771-9021) 늘시원모텔(743-6500) 도성장여관(775-4451) 등 20여 개의 모텔과 여관이 있다. '썸머타임∼감포타임'(kkampo.wo.to)이라는 감포 관광 정보 사이트를 찾으면 여관은 물론 민박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출발
가는 길은 아주 쉽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경주 IC에서 빠져 계속 직진하면 첫 사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이 불국사 가는 길. 그냥 지나쳐 두번째 사거리를 만나 오른쪽으로 가면 보문관광단지다. 이정표가 확실하기 때문에 길 잃을 염려는 거의 없다. 식사는 고속도로에서 미리 해결한다. 도착 시간이면 이미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는다.
남산 순례
경주 남산은 최근에야 수학여행 코스에 포함된 곳이다. 석굴암과 불국사가 신라 불교문화의 머리라면 남산은 심장에 해당된다. 468m의 금오산과 494m의 고위산 등 두 최고봉을 중심으로 40여개의 능선과 골짜기가 펼쳐져 있다. 그냥 능선과 골짜기가 아니다. 절터가 130여곳, 석불과 마애불이 100여체, 석탑과 폐탑이 71기에 이른다. 13개의 보물과 12개의 사적, 10개의 지방 유형 문화재가 있다. 땅이름도 부처골, 탑골, 용장사골, 열반골 등 부처의 나라를 상징한다.
남산을 순례하는 코스는 모두 70여 곳. 모두 돌아보려면 한달도 부족하다. 하루 일정으로 적당한 순례길은 배리삼체석불-삼릉-용장골코스(5시간), 부처골-남산산성-포석정코스(5시간), 통일전-칠불암-천룡사코스(5시간) 등이다.
점심
등산 후의 점심이어서 뭐든 맛있겠지만 찾기 쉬운 맛집이면 더욱 좋다. 버스터미널 인근의 단골식당(054-743-9633)은 갈치요리 전문점. 구이와 찌개를 낸다. 경주시민은 물론 인근 포항에서도 찾는 이들이 많다. 구로쌈밥(749-0600)은 쌈밥정식으로 손님을 모으는 집이다. 이 집을 중심으로 쌈밥촌이 형성되어 있다.
토함산의 불교 유적
추억을 더듬는 여행이다. 불국사와 석굴암이다. 경주에서도 가장 깔끔하게 단장된 유적이다. 10년 이상 전에 이 곳을 찾았던 여행자라면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놀란다. 불국사의 경내, 토함산 오르는 길, 정비된 식당가 등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석굴암까지 고물버스에 흔들리며 비포장 꼬부랑길을 올랐던 이들이나, 아예 걸으면서 땀을 흘렸던 사람들은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동해로
바다로 나간다. 대왕암(문무대왕 수중릉)으로 간다. 죽어서도 왜구를 막겠다는 유언에 따라 신라 문무왕의 무덤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대왕암을 둘러본 뒤 31번 국도를 타고 약 10㎞ 북상하면 감포항이다.
생선회에 소주 한잔
감포는 마을 전체가 음식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횟집은 물론 다양한 종류의 음식점이 있다. 바닷가에 왔으니 바다 산물로 저녁을 먹는다. 방파제 쪽으로 조성된 횟집촌을 찾는다. 대게가 눈을 끈다. 그런데 조금 비싸다. 4인 기준 12만원 정도. 좋은 횟감이 많다. 요즘에는 능성어, 참돔 등이 물이 좋다. 4인 기준 5∼6만원. 저녁 식사 후에는 방파제에 오른다. 등대 너머로 집어등이 환하게 수평선을 밝힌다.
일출, 아침식사, 그리고 동해안 드라이브
아침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고 아침을 먹는다. 메뉴는 복국. 무와 대파, 콩나물을 복어살과 함께 끓인 말간 국물이다. 속풀이는 물론 아침식사로 좋다. 어젯밤의 횟집이 아침에는 복국집으로 변한다. 속을 채웠으면 31번 국도를 타고 북상한다. 목표는 포항 시내. 구룡포를 지나면 925번 도로로 길을 바꾼다. 모두 동해안을 끼고 도는 해변도로다.
점심 식사 후 출발
포항 시내에서 점심을 먹는다. 제철소가 있는 곳이어서 워낙 먹거리가 많다. 두 끼를 연속 해산물을 먹었으니 기호에 따라 메뉴를 선택한다. 포항에서는 수도권으로 돌아오는 길이 까다롭다. 28번 국도를 타고 영천을 거쳐 경부고속도로 경산IC로 진입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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