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과 폭력, 폭언의 끝은 결국 갈라서기였다. 신당을 둘러싸고 5개월 넘게 갈등을 계속해 온 민주당 신·구주류는 4일 당무회의를 '이혼법정' 삼아 각자 살림을 차리게 됐다.일사천리 신주류 분당 결정
사상 초유의 집권당 분당이 공식화한 자리는 당무회의가 끝난 뒤 오후 5시께부터 8시께까지 서울 여의도관광호텔서 열린 신주류측 신당추진모임. 김원기 고문과 이해찬 장영달 신기남 의원 등 원내 25명과 원외 35명은 이날 별다른 혼선 없이 쉽게 창당주비위 발족 선언에 뜻을 모았다. 당무회의에서 표결이 무산될 것을 예상, 전날 이미 주비위 구성 계획을 세운 터라 이의가 있을 수 없었다.
회의 중간 "꼭 승리하자"는 참석자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고 김 고문은 만장일치 박수로 주비위원장에 추대됐다. 위임자 6명 등 원·내외 인사 66명은 주비위원 취임동의서와 탈당서를 작성, 김 고문에게 제출하며 단결을 과시했다.
구주류의 박상천 최고위원은 "주비위 구성은 가장 질이 좋지 않은 해당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그러나 "신주류 천정배 의원이 윤리위원장인 만큼 주비위 참여 의원에 대한 제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윤수 의원은 "신당 하려면 나가서 해야지 당내에서 저러는 저의가 뭐냐"고 꼬집었다.
중도파인 김근태 의원은 당무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당 결론을 내지 못한 책임을 지고 모든 당직을 사퇴하겠다"며 당무회의장에서 3일간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는 "당무회의를 폭력으로 저지, 당을 위기에 빠뜨렸다"며 구주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주비위 참여 여부에 대해선 "논의·검토한 적이 없으며 내 길을 가겠다"고만 말했다.
신주류 두 좌장인 정대철 대표와 김원기 고문은 이날 심야에 만나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정 대표의 이낙연 비서실장은 "정 대표에게 주비위 발족에 대해 의견을 물었지만 아무 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한 측근은 "정 대표는 여전히 통합신당으로 모두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 정 대표가 주비위 발족을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또 야인시대 재현한 당무회의
앞서 오전과 오후에 걸쳐 열린 당무회의는 몸싸움과 폭력사태로 '유종의 추(醜)'를 보이고 말았다. 신·구주류 양측은 이날 회의에서 전당대회 소집안 표결 처리를 놓고 멱살잡이와 집단 몸싸움을 벌이며 정면 대치했다.
충돌 사태는 정 대표가 오후에 속개된 회의에서 기습적으로 표결 처리를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더 이상 합의가 힘든 만큼 표결로 결정하겠다"며 정 대표가 의사봉을 두드리자 구주류측 김옥두 이윤수 의원과 당직자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정 대표를 둘러싸고 의사봉을 빼앗았다.
신주류가 표결 강행을 주장하자 구주류측 부위원장들은 정 대표를 회의장 밖으로 밀어내 버렸다.
구주류 당직자 수십 명은 "신기남 부터 때려 잡자" "밟아 버리자"며 신 의원에게 물을 뿌리며 달려들었다. 이들은 제지하는 신주류 당직자들과 멱살잡이를 벌였으며 테이블 위를 넘나 드는 활극도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경(여) 의원이 한 여성 당원으로부터 머리채를 휘어 잡이고 전등이 수차례 꺼지는 등 회의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정 대표는 오후4시45분께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최고위원단의 건의를 받아 들여 산회를 선포, 5개월여간의 신당 논의에 마침표를 찍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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