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통과한 김두관 행자부장관 해임건의안이 가뜩이나 취약한 정치권에 메가톤급 뇌관으로 등장했다. 해임안은 명분이 약할 뿐 아니라, 거대야당 한나라당의 내부 단속과 정국 주도권 장악을 노린 정략적 산물이라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시급한 민생현안과 산적한 국정이 김 장관 해임을 둘러싼 대립 때문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 결정이 건의라는 점을 들어 해임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한나라당이 대통령 탄핵소추를 거론하는 등 극렬히 반발하는 최악의 경우다. 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장관이 흔들리면 국정수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면서도 "대결국면과 국정혼란이 생겨 국민이 불안해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해임안을 수용하면 장관들이 한나라당의 눈치를 보게 되고 유사한 경우가 재발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노 대통령의 고민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묵살 할 경우 대통령과 거대야당이 정면 충돌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고, 이는 곧바로 정치불안에 직결될 것이다. 총체적 갈등양상에다 어렵기만 한 경제, 불투명한 북한 핵 해결전망 등에 정치불안까지 겹치면 국정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난맥상에 빠진 국정의 최대 피해자는 다름아닌 국민이다.
노 대통령은 "시간을 충분히 갖고 여야 및 국민과 대화하고 신중히 판단한 뒤 국정의 중심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결정 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의 부당한 정치공세에 밀릴 수 없다는 정면 돌파의 유혹에서 벗어나 대승적 관점에서 사안에 접근하기 바란다. 최고 통치권자로서의 대통령의 선택은 법과 원칙보다는 정치적 판단을 우선해야 할 때가 많다. 국민들은 지금 정치권의 이전투구와 충돌에 지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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