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의 유래는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상대에게 위협을 주는 무기 등을 갖고 있지 않음을 보이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서양에서는 상대가 나에게 위협적인가 아닌가를 확인한 후에야 안심하고 서로의 관계를 유지시켜 나아간다. 유교 정서가 깔려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처음 만나면 우선 고향, 출신 학교 등을 물으며 궁극적으로는 서로의 나이를 알고 싶어한다. 빨리 두 사람 간의 서열이 정해져야만 말과 행동이 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사람 사이의 서열을 정하는 기준 중 으뜸은 나이일 것이다. 그 외의 기준들은 나이에서 밀릴 때 내미는 편법일 뿐이다. 사소한 시비가 붙어 다투는 경우, 서로의 주장이 팽팽하게 부딪쳐 옥신각신하게 되면 반드시 나이 얘기가 나온다. 몇 살이냐 부터 시작해 내가 아버지 뻘이라는 등 사건의 본질은 온데 간데 없고 장유유서나 경로사상 등 유교적 잣대로 잘잘못을 따진다. 옛말에 '냉수도 위 아래가 있다' 라는 말이 있다. 냉수는 목마른 사람이 먼저 먹든지, 먼저 온 사람이 먼저 먹으면 되는 것을 그것 하나에도 나이를 따진다. 이렇게 우리사회는 전통적으로 연장자 프리미엄이 있어 왔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사회의 모습은 많이 변해 가는 것 같다. 산업 사회의 발달로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각 세대 간의 단절이 더욱 심화되었다. 더군다나 몇 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른바 386세대나 4050 세대 등 그들이 표방하는 사상과 철학은 극명하게 상반되며 심지어 적대적 관계로 까지 발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얼마 전 야당 소장파에서 60세 용퇴론이 불거져 나와 한바탕 소란이 일고 있다. 단순 기술직도 아닌 정계에서 나이를 기준으로 무 자르듯이 싹둑 자른다는 것은 언어 도단이다. 물론 당의 분위기 쇄신이나 세대 교체 등을 염두에 두고 나온 말이겠지만 국민이 보기엔 구세대나 신세대나 정치인들은 다 '그 나물에 그 밥'이고 다만 자신의 이해득실에 따라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만 보여진다. 분명 나이 든 것은 자랑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쌓아 온 나름대로의 경륜과 노하우 마저 폐기 처분하려는 것은 옳지 않은 행동이다. 점점 고령화 되어 가는 사회에서 나이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이다. 나이 든 사람은 젊은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겠고, 젊은 사람 또한 나이든 사람들을 소외시키려 하지 말고 함께 공존하려는 마음 씀씀이가 아쉽다.
권 준 수 서울대 정신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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