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국내 최초의 복합전자유통단지로 문을 연 테크노마트가 최근 개점 5주년을 맞았다. 초기 대리점이 모여서 시작한 테크노마트는 이제 2,000여 전자 대리점을 거느린 국내 최대의 전자 유통단지로 성장했다.국내 전자상권에서 가전, 컴퓨터 분야는 40%, 휴대폰 등 이동통신 분야에선 무려 8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테크노마트 입주 대리점의 지난해 총 매출은 1조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코엑스 몰 등 대형 복합상가가 속속 들어서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인터넷 쇼핑몰이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하고 있는데도 테크노마트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테크노마트 상가를 관리, 운영하는 프라임개발(주) 한영섭(56) 사장의 사무실은 한강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사무동 13층이다. 웬만한 호텔 라운지보다 더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한 사장은 "경치 감상은 내게 사치"라며 "출근하자마자 상가로 내려가 하루 종일 입주 상인들과 지낸다"고 말했다. 상가 지분 40%를 소유한 회사, 나머지 지분 60%를 소유한 소지분소유자, 그리고 임대상인 등 삼각 축으로 이뤄진 테크노마트 특성상 상가 관리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사장은 정통 '유통맨'출신은 아니다. 1975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래 25년간 노무관리 분야에서 일하다 2000년 7월 백종헌 프라임산업(주) 회장의 권유로 프라임개발(주)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비슷한 점이 딱 하나 있더군요. 노무관리 분야 만큼이나 유통 분야에서도 사람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이지요." 결국 그는 '유통을 모른다'는 단점을 '사람 관리에 능하다'는 장점으로 극복한 셈이다.
그는 3년간 고작 열흘 정도만 쉴 정도로 지독하게 부지런한 CEO다. 추석이나 설 연휴에도 제대로 쉬지 않은 셈이다. 오죽했으면 상가 판촉행사에 참여하느라 딸 졸업식에도 가지 못했을까.
그는 테크노마트 성공의 비결을 입주 상인들에게 돌렸다. "이곳에 입주한 분들은 대부분 세운상가 출신들입니다. 평생동안 '내 가게 한번 갖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던 분들이 모여서 스스로 기획, 홍보까지 하는 열성을 보이며 판촉을 한 덕분에 이만큼 자리 잡은 거지요."
경기침체가 지속된 올해는 테크노마트에게도 시련기였다. 극심한 가전분야 내수 부진 속에서 인터넷 쇼핑몰 등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사장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인터넷 쇼핑몰이 강력한 도전을 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고가품인 전자제품의 경우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려는 소비자들이 많기 때문에 복합단지의 경쟁력은 여전합니다."
지난해말 이미 내수부진을 예견한 한 사장은 올해를 판매 증가보다 내실 다지는 기간으로 정했다고 한다. 백화점 수준의 매장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혁신팀을 운영하는 한편, 공동물류 시스템을 도입해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또 가전 매장 뿐 아니라 영화관, 공연장, 음식점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논 스톱 쇼핑공간으로 기능을 강화하고 N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고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연회, 각종 문화공연 등 365일 내내 이벤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분양이 완료돼 2006년께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신도림의 제2 테크노마트 건립을 앞두고 그는 들떠 있다. "테크노마트를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도쿄의 전자상가 아키아바라를 능가하는 아시아 최고의 전자단지로 키우겠습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 한영섭 사장은 누구
▲1946년 전남 목포 출생
▲72년 경희대 행정학과 졸업
▲75년 현대중공업 입사
▲99년 현대중공업 노무관리 담당 이사
▲2000년 프라임개발(주) 대표이사
나의 경영철학
'추억은 사진으로 말하고, 회사는 그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으로 말한다.' 2000년 7월 프라임개발(주) 사장에 부임하며 스스로 다짐했던 말이다.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을 거쳐 인적자원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유통상가 관리 회사에서 일하면서 이 같은 생각은 믿음으로 굳어져갔다. 기업 운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사람'이다.
나는 면접을 통해 직접 고용한 직원들에게 가족과 같은 친밀감을 갖고 있다. 이들은 어려운 경쟁을 뚫고 회사에 들어와 자신의 능력에 맞게 부여된 일을 하고 있는 우리 식구들이다.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구성원들의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고, 이들이 임금, 휴가, 근무환경 등에 대해 불만을 갖지 않도록 언제나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8,000여명의 상주인원이 근무하고 있고, 하루에만 2만여명이 오고 가는 테크노마트를 관리, 운영하는 프라임개발(주)에서 하는 일도 바로 '사람 관리'다. 테크노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만에 하나라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직원들의 근무태세를 수시로 점검하고, 첨예하게 맞서는 상인들 간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직접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다.
능력이 있는 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열정, 즉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다. 직원과 회사를 위한 CEO(Chief Event Officer)가 돼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경영철학이다.
● 테크노마트·프라임개발(주)은 어떤 회사
1998년 개장한 테크노마트는 63빌딩의 1.4배인 연면적 8만여평 규모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복합전자유통단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등장한 대규모 전자전문 쇼핑 몰이며 단일 상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극장, 공연장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음식점, 대형쇼핑센터 등이 한 자리에 있어 '논스톱 쇼핑'을 할 수 있다. 신세대들은 물론, 최근 동남아 등에서도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다.
전자전문 쇼핑몰은 2∼5층 일반 가전매장, 6층 이동통신매장, 7∼8층 PC 및 게임전문매장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휴대폰 등 이동통신의 경우 전국 상권의 80%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테크노마트 상가 지분의 40% 정도를 갖고 있는 프라임개발(주)은 상가 운영과 건물 관리 등을 맡고 있는 회사. 나머지 60% 지분은 구분 소유주들이 갖고 있으며 이들은 다시 상인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다.
프라임개발(주)은 효율적인 공간배치, 첨단 건물 관리시스템을 통한 시설관리는 물론, 광고 및 판촉활동 등 다양한 상권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테크노마트를 백화점 수준을 능가하는 전자전문 쇼핑몰로 운영하고 있다.
체계적인 관리 덕분에 99년 8월 복합건물 관리부문에서 ISO 인증을 획득했으며 2006∼2007년 중 완공될 신도림역 테크노마트 상가 운영과 건물 관리도 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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