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840쌍이 결혼하고, 398쌍이 남남으로 갈라섰다. 살면서 한 번쯤 이혼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부가 있을까마는 '이혼율 세계 2위'라는 기록은 당혹스럽다. 외국인의 눈에도 놀라웠던지, 지난달 27일에는 미국 뉴욕타임스 취재진이 한국의 이혼율 급증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KBS2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금 밤 11시) 녹화장을 찾기도 했다.파경 위기에 처한 부부의 갖가지 갈등을 도마에 올려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부부클리닉'이 5일 '꽃미남 습격사건' 편으로 방송 200회를 맞는다. 이 프로그램은 고부갈등과 바람, 불임 등 전통적 이혼 사유는 물론 맞벌이 부부의 갈등, 쇼핑중독증과 카드빚 등 세태 변화로 새롭게 등장한 파경 요인까지 두루 다루며 단막극으로는 드물게 20%를 웃도는 시청률을 이어왔다.
유명 스타를 앞세운 '드라마 전쟁' 속에서 스타 한 명 나오지 않는 이 프로그램이 꾸준한 인기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무엇보다 리얼리티를 꼽을 수 있다. 대부분의 소재는 시청자 제보와 가정법률상담소 상담 사례, 이혼 소송 등 실제 있었던 일. 사생활 보호와 극적 재미를 위해 각색을 거치지만, 100% 지어낸 이야기는 다루지 않는다는 게 제작 방침이다.
시청자들은 "맞아, ○○네도 저랬대" "어, 저거 ○○네 얘기 아니야?" 하며 극에 빠져들고, "마치 우리 부부 이야기인 것 같아 뜨끔했다"는 시청소감이 인터넷에 오르기도 한다. 물론 이 프로의 인기에는 '남의 집 싸움'구경을 즐기고, "내 남편(아내)이 저 집보다는 낫군"하며 위안을 삼는 보통 사람들의 심리도 한 몫 한다.
가사조정위원회 형식을 취해 여러 조언을 제시하고, '시청자 배심원' 제도를 통해 일반인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도 인기 비결로 빼놓을 수 없다. 인터넷으로 이혼 찬반 투표를 실시해 다음 회에 그 결과를 제시하는데, 6월 방송한 188회 '한 지붕 두 아내'편에는 인터넷 접속이 폭주해 한때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방송 초에는 이혼 반대가 우세하거나 찬반이 엇비슷했으나 요즘은 이혼 찬성이 70∼80%에 달한다. 제작진은 "투표는 결과보다 시청자들 스스로 바람직한 해법을 찾아보고 내 가정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재가 떨어진 탓일까. 최근 "저런 부부가 얼마나 될까" 싶은 자극적인 소재와 작위적인 캐릭터가 자주 등장해 제작진이 내세운 '이혼 예방주사' 역할은커녕 세태에 편승해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장성환 책임프로듀서는 "이혼이란 극단적 상황을 다루다 보니 더러 일반화하기 어려운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 실례를 토대로 한 것"이라면서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데 필요한 공존의 룰을 제시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작진은 그동안 다룬 이혼사유 유형과 찬반투표 결과, 제작 과정 뒷얘기 등을 정리해 10월 초 200회 기념 책자를 낼 계획이다. 책자에 실릴 시청자 소감도 공모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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