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클래식 활동도 함께 하는 중이라…"한국 최초의 여성 전자 현악사중주단 '벨라트릭스'(Bellatrix)의 리더 겸 첼로를 맡고 있는 X(24)씨는 "아직은 멤버들의 본명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악기를 전공한 미모의 20대 여성연주자 B(23·제1바이올린), L(23·제2바이올린), T(23·비올라), X(24·첼로)로 구성된 '벨라트릭스'의 멤버는 모두 영어 이니셜을 이름 대신 사용한다. 팀의 컨셉도 그렇지만 대중가수의 음반 작업에 참여하거나 뮤지컬에 출연하는 음악인이 과거 스승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시달려야 했던 것도 한 원인이다. 서울 양재동의 연습실에서 가진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도 무척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비올라를 연주하는 T씨는 "전자악기 연주한다고 하면 이상한 옷 입고 이상한 음악한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속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벨라트릭스'는 라틴어로 '여전사'(女戰士). 이 팀을 기획한 A4E의 정진현 대표는 "용기 있게 기존 관념을 깨고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이들은 전사"라고 말한다. '벨라트릭스'의 전신은 6월 국립극장에서 열린 '예술축제 FAM'에서 전자악기를 연주한 '아스트로'라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베이스로 구성된 여성 팀. 반응이 좋아 7월에 '아스트로'의 비올라와 첼로 연주자에 두 명의 바이올린 연주자를 영입해 연습을 시작했다. 아직 완성단계는 아니지만 28일 과천 한마당 축제의 데뷔 무대를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 주말에도 5∼6시간씩 맹연습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고생도 많았다. B씨는 "어쿠스틱 악기에 쓰던 활은 현에 달라붙고, 보잉(활 주법)도 다르고, 전자 반주에 맞추기가 생각보다 어렵다"고 토로한다. T씨도 "표정이나 움직임까지 생각하면서 연주해야 하니까 신경 쓸 일이 많다"고 말한다. L씨의 말처럼 "처음부터 마음이 잘 맞고 서로 음악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가져 다행"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일렉트로닉 클래식. 익숙한 클래식 곡과 록의 강렬한 전자 반주가 결합된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장르로, 영국의 여성 전자 현악사중주단인 '본드'가 유명하다. 그러나 기획자나 멤버는 "앞으로 우리만의 색깔 있는 음악을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한다. 정 대표는 "우선은 익숙한 클래식 음악을 선보이고 3년 정도를 목표로 동양적 요소를 살린 창작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대중들이 100% 흡수할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는 팀이 되고 싶다"며 "나중에 올림픽 무대에도 설 수 있는 한국의 대표적 연주단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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