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제40회 방송의 날을 맞아 방송이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를 한번 되돌아본다. 방송은 일제 강점기인 1927년 2월 경성방송국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방송의 날' 제정은 1947년에 국제무선위원회로부터 독자적인 호출부호인 'HL'을 배정 받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일부 신문들의 친일행각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방송의 날' 기념일은 한국 방송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 아닌가 생각한다.그 후 방송은 성장을 거듭하면서 지금 그 영향력과 신뢰도가 신문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커져 있지만 아직 정치적 독립성 및 공정성, 공익성 문제는 여전히 많은 논란을 빚고 있다. 우리 방송은 역대 권위주의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문제가 제기되고 제도적 개선이 요구되기 시작한 것은 87년 6월 항쟁부터이고 시청자단체와 방송노조 등 내외부의 치열한 투쟁 덕분이었다. 반면에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리당략에 따라 방송을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자세는 계속되어 왔다. 이런 고질적인 정치권의 속성이 한꺼번에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며, 지금도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 시비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긴 역사적 안목으로 살펴보면, 점차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지난번에 단행된 방송사와 방송유관기구의 임원 인사는 과거처럼 정부의 일방적인 의도에 의해 구성된 게 아니라 처음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추천을 받아 이뤄졌다. 이런 추천제 방식은 향후 관행화할 것으로 기대해볼 만하다. 또 최근에 대통령이 출연할 예정이었던 KBS 1TV의 '생방송 심야토론' 프로그램과 이에 앞서 KBS 1라디오의 주례방송이 무산됐다. 방송사와 권력층 사이에서 서로 이견이 발생하고 방송사가 예상외로 정치권력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사실들도 방송과 정치권의 관계 변화의 한 방증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개념상 논란이 많지만, 방송의 공익성 문제도 자주 제기된다. 방송사가 공익 목표보다는 시청률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노출과 폭력, 언어 등의 측면에서 제기되는 방송내용의 선정성 및 저질성, 그리고 10대 중심의 상업주의적 편성 등은 계속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문제들이다. 방송 언어만 해도 비속어나 국적불명의 언어, 그리고 선정적인 표현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돼 왔지만 개선의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간접광고 문제도 정말 심각하다. 방송심의에서 제재 빈도가 제일 많은데다가 심지어 심의규정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또 방송법상 정해진 방송광고시간을 불법적으로 초과 시키는 주범인 것이다. 특히 TV 드라마나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간접광고는 비록 그 규모가 얼마 되지 않더라도 방송사의 음성적 수입을 형성케 하거나 또 방송제작진, 광고주, 출연진 사이에 음성적인 유착을 형성할 수도 있어 방송윤리 차원에서 의혹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고 볼 수도 있다.
방송 공익성의 실종 문제는 무엇보다 방송사가 이윤추구의 상업적 욕구 속에서 이것을 바로잡기 위한 강력한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방송의 존재가치는 무엇보다 공익 보호에 있는데, 사실 각 방송사나 방송위원회가 어떤 뚜렷한 철학이나 방침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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