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가 대세를 장악한 시점에서 처음 맞는 추석. 길을 떠나는 여행객이 늘어난다. 때맞춰 고속도로도 사통팔달 이어져 전국 어디서나 1시간이면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노선만도 23개, 길이는 2,650㎞가 넘는다. 서울-부산(430㎞)을 6번 이상 왕래할 수 있는 거리다. 고속도로를 거치지 않는 여행은 상상하기 힘들어졌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수준도 높아졌다. 잠시 쉬면서 요기를 때우는 곳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민족의 명산을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별미음식에 아늑한 잠자리까지 제공되는 휴게소를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귀성길이 고달프면 한국도로공사가 추천하는 관광명소급 휴게소에서 심신을 달래보자.(상=상행선, 하=하행선)서해안고속도로
행담도휴게소 충남 당진군 매산리 아산만에 위치한 명실상부한 관광용 휴게소다. 국내 최장(7.32㎞)의 사장교인 서해대교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마디로 장관이다. 서해로 떨어지는 해넘이를 보기 위한 관광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조수간만의 차가 국내에서 가장 크다. 9.2m나 된다. 물이 빠지면 넓은 갯벌이 펼쳐져 또 하나의 세상을 연출한다.
이곳은 19세기말 대원군이 쇄국정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 오페르트 도굴사건(1868)의 현장이기도 하다. 당시 유태계 독일인인 오페르트가 충남 예산에 있는 남연군(대원군의 아버지)의 묘를 파헤치기 위해 배를 타고 들어온 곳이 행담도였다. 이들은 배가 뜨지 못하는 썰물 이전에 도굴을 마무리해야 했지만 주민들의 저항이 강해 결국 실패했다.
호텔 등 숙박시설을 비롯, 돌고래쇼장, 해양수족관, 골프연습장, 실내수영장 등을 갖춘 종합위락시설로 개발될 예정이다. (041)358-0700.
대천(상)휴게소 서해안에서 가장 사람이 찾는 충남 대천해수욕장 인근에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출발지인 무안에서 197㎞지점. 이곳에는 고속도로 휴게소 가운데 유일하게 일몰 감상대가 설치돼 새로운 명물로 떠올랐다.
휴게소 옆 주유소 뒷편에 마련된 놀이동산옆을 따라 가다 보면 100여개의 계단이 나있고 50m 높이의 언덕이 나온다. 이곳에서 보면 고속도로 건너 넓은 평야가 펼쳐지며 그 뒤로 서해바다와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넘어가는 해에서 뿜어내는 붉은 빛이 바다와 평야를 뒤덮으면서 만들어지는 장면이 상당히 경이롭다. 일몰이 아니라도 그 자체가 볼거리다.
김택진(55·서울 강남구)씨는 "주말을 외가가 있는 목포에서 지내고 오다가 일몰시간이 되면 이 곳에 들르곤 한다"며 "고속도로에서 보는 석양이 너무도 운치있다"고 말했다. (041)931-6801.
중부고속도로
오창휴게소 중부고속도로 상행선을 타면 처음 마주치는 휴게소다. 2001년 증·개축을 통해 새단장을 했다. 자랑거리는 휴게소 뒷편에 위치한 쉼터. 바로 뒤로 오창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추수를 앞두고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평야 너머로 청주국제공항에서 이·착륙하는 항공기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운치를 더하고 있다. 300여평 공간에 대형 파라솔과 벤치가 놓여있다. (043)217-8303.
대전-통영고속도로
산청(상)휴게소 휴게소 뒷편에 조성된 팔각정이 운치있다. 봄철쭉이나 가을 단풍시즌이면 붉은 색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다. 팔각정도 팔각정이지만 이 곳에서는 지리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와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발 아래로는 동강과 함께 국내 래프팅의 대표적인 명소인 경호강이 펼쳐진다. 혼신의 힘을 다해 급류를 헤치는 래프팅족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055)973-5970.
88고속도로
지리산휴게소 전북 남원시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500m에 자리잡은 휴게소여서 뒷편으로 지리산 천왕봉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소백산맥의 연봉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어 전국 고속도로 중 손꼽히는 전망을 자랑한다.
특히 이곳으로 들어오면 고속도로가 잘 보이지 않아 휴게소가 아닌 낯선 곳에 들어와있다는 느낌까지 든다. 휴게소내에 마련된 '휴게소 갤러리'에서는 국내 유명작가들의 작품전시회가 연중 열리고 있다. (063)636-2720.
그밖의 휴게소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하)휴게소(054-439-8800)에는 1,000여평 규모의 동물농장이 조성돼있다. 사슴, 원숭이, 공작, 칠면조 등 200마리가 넘는다. 웬만한 동물원을 방불케한다. 중앙고속도로 군위휴게소(054-383-6114)에서도 동물농장을 만날 수 있다. 가족단위 나들이객이라면 자녀들의 교육차원에서라도 한번쯤 둘러볼 만하다.
충북 금산군에 위치한 대전-진주고속도로 인삼랜드(상)휴게소(041-754-9200)에는 인삼전시관과 함께 다양한 인삼관련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남해고속도로 문산(하)(055-761-2820), 서해안고속도로 고창(상)휴게소(063-561-6323)의 분수대, 호남고속도로 벌곡(하)휴게소(041-732-7694)의 인공폭포 등도 장거리 여행에 지친 심신을 추스리기에 좋은 명소다.
/글·사진=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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