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6대그룹 54개 계열사의 사외이사제도 운영실태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사외이사가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사외이사를 두는 목적은 회사의 경영상태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감독·조언하고 주주권익을 대변함으로써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사외이사제도의 실상은 이런 목적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163명의 사외이사 중 20.2%인 33명이 재경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한국은행 등 금융감독기구의 전·현직 인사들이었다. 로비용 또는 바람막이용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아예 일부 사외이사는 그룹 계열사의 전·현직 임원으로 밝혀졌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소액주주나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사외이사는 한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소액주주 권익보호를 위해 도입된 '집중투표제'는 2개사를 제외하곤 아예 정관에서 배제,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음을 보여주었다. 주주권익 보호니 지배구조 투명화 증대 같은 것은 애초에 염두에 없었다는 증거다.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뒤 오히려 대주주나 이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활용해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사외이사제도는 1998년 상장법인부터 도입이 의무화된뒤 확대추세에 있으나 현재와 같이 형식적, 변칙적으로 운영되어선 비용만 늘 뿐 기업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미국의 엔론, 월드컴 등 대형 회계부정사건이 터지면서 선진국들이 사외이사제도를 더욱 강화하는 이유를 기업들은 깨달아야 한다. 글로벌시장이 요구하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효과적으로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선 기업 스스로 사외이사제도를 더욱 강화해나가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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