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볼 테면 잡아봐라."서울 강남지역 집값이 종합부동산세 신설 및 누진과세를 비롯한 부동산 양도세율 인상 조치, 투기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 등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잇단 시장안정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부가 1일 부동산 과다 소유자에 대한 중과세 등의 내용을 담은 '종합부동산세'(가칭) 신설 방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권 아파트값은 떨어지기는커녕 상승세가 더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도세 부담 등으로 매도 물량만 사라져 상대적인 대기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 주요 단지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2일 "평소에도 1개 단지 당 5∼10명 정도의 대기 수요자들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강남의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며 "특히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이후 매도 물량이 자취를 감춰 가격 상승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들 매물 거둬들여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오르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사려는 사람은 있고 팔려는 사람은 자취를 감추다 보니 어쩌다 부르는 값이 시세로 굳어진다.
주부 신모씨는 지난주말 개포동 W아파트 34평형을 6억7,000만원에 계약했다. 시세보다 2,000만∼3,000만원 가량 비쌌지만 매물이 귀하다는 중개업소의 말에 매매가의 15%나 되는 1억원을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신씨는 "자고 나면 오르는 강남 집값 특성상 집주인이 계약을 해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계약금을 많이 치렀다"고 말했다.
대치동 하나공인 이모 부장은 "매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집주인이 부르는 값이 시세로 이어지곤 한다"며 "일부 수요자들은 비싸더라도 '사두면 돈이 된다'는 심리 때문에 무리하게 계약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전했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매도자 절대 우위의 시장에서 형성된 거품시세에 수요자들이 휘둘리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강남권 상승세 확산
지난달말 호가 8억원에 매물로 나온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의 계약을 망설였던 이모씨는 또다시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보이자 당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가격 '상투' 지적을 받아온 은마 34평형이 양도세율 인상 발표 후 1주일도 안돼 2,000만원이나 더 오른 8억2,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인근 우성1차 41평형도 8억1,000만원이던 호가가 1,000만원이 올랐다.
'강남발(江南發)' 폭등세는 송파와 강동 지역으로까지 확산됐다. 송파구 신천동 시영아파트 13평형의 현 시세는 4억9,000만원으로 한달 전에 비해 무려 8,500만원이 올랐다. 강동구 고덕주공 2단지 14평형은 같은 기간 5,500만원 올랐다.
대치동 금성부동산 관계자는 "양도세 부담이 오히려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매물 품귀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도 강세
대치동 일부 단지의 경우 지난 한달 동안에만 무려 15%이상 전셋값이 급등했다. 강남권 전셋값 상승 랠리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대치동 미도1차 57평형과 미도2차 55평형의 경우 지난달 초 각각 4억7,000만∼4억8,000만원이던 전세가격이 평균 5억5,000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개포동 우성6차 19평형과 23평형도 평균 2,000만원 올라 각각 1억5,000만원과 1억8,000만원 선에서 전세가가 형성됐다. 개포시영 19평형도 지난 1달간 1,000만원이 올랐다.
개포동 석사공인 이용만 실장은 "재건축 아파트 기대감이 다시 커지기 시작하면서 전셋값도 오름세로 돌아섰다"며 "주변 단지들이 최근 1달간 1,000만∼1,500만원 가량 뛰었다"고 전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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