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 사이에는 징크스가 하나 있다. 우연히(반드시 우연이라야 한다) 서점에서 자기 책을 사는 사람을 발견하면 그 책이 대박이 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그런 행운을 경험해 보질 못했다.단지 딱 한 번, 신촌의 어느 서점에서 거의 그럴 뻔했던 적은 있었다. 한 여성이, 물론 무척 아름답고 지적인 풍모를 지닌 분이셨는데, 신중하게 내 책을 집어들고 한참을 뒤적이더니 그것을 들고 계산대로 가는 것이었다. 나는 안 보는 척하면서 곁눈으로 그녀의 움직임을 좇았다. 그녀는 또각또각 계산대로 걸어가면서 핸드백에서 갈색 가죽 지갑을 꺼내고 있었다. 바로 그때, 평생 책이라고는 단 한 권도 안 읽을 것 같이 생긴, 산적이나 소도둑 역을 맡으면 딱 좋을 것 같이 생긴 무뢰한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는 그녀가 사려던 내 책을 빼앗아 일별하더니, "골치 아프게 이런 건 뭐하러 사냐? 돈이 남아도냐?"고 말하고는 그 책을 아무 진열대에나 던져놓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나꿔 채 서점 밖으로 휑하니 나가버렸다. 나는 그 둘이 어서 헤어지기를, 진심을 다해 기원했다. 꼭 책을 못 팔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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