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과 설은 모처럼 극장을 찾는 관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여서 대목을 앞둔 영화사들의 홍보전이 치열하다. 그러나 마케팅의 최종 승부사는 역시 영화의 완성도다. 세 편의 한국 영화와 세 편의 외국 영화가 관객 동원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한국영화
조폭마누라2
감독/정흥순 주연/신은경, 박준규 장르/코미디, 액션 (15세)
오! 브라더스
감독/김용화 주연/이정재, 이범수 장르/코미디, 드라마 (15세)
불어라 봄바람
감독/장항준 주연/김승우, 김정은 장르/코미디, 로맨스 (15세)
외국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감독/고어 버빈스키 주연/조니 뎁, 제프리 러쉬 장르/액션, 어드벤처(12세)
패스트 & 퓨리어스2
감독/존 싱글톤 주연/폴 워커, 타이리스 깁슨 장르/액션, 어드벤처 (12세)
주온2
감독/시미즈 다카시 주연/사카이 노리코, 니이야마 치하루
장르/공포 (15세)
조폭마누라 2 '조폭마누라' 1편의 과도한 욕설과 폭력, 그리고 유치한 대사를 순화하고 잔재미를 덧붙였다. 도입부인 빌딩 옥상에서 벌어지는 조직 간 결투 장면부터 흥미롭다. 헬리콥터 위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와 곤경에 빠진 부하를 구하는 차은진(신은경)의 와이어 액션은 한국액션영화에서 여성이 소화해 낸 '무공' 가운데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은진의 기억상실증을 축으로 한 이야기는 1편보다 짜임새가 있다. 차은진이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면서 벼락맞기를 비롯한 온갖 방법으로 기억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화상을 입은 백상어가 발성기를 통해 생각지도 않은 웃음을 자아낸다. 일부 조연의 촌스러운 연기에 식상할 수도 있다. 감독은 '가문의 영광'을 만든 정흥순. 장점/악질 마초를 혼내주는 정의의 여사도 신은경의 파이팅.
오! 브라더스 '오! 브라더스'는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정겨운 코미디다. 불륜 현장이 있는 곳이면 즉각 출동하는 오상우(이정재)는 한심한 건달. 그는 말썽꾸러기 이복동생 오봉구(이범수)가 나이는 열두살이지만 자신보다 늙어 보인다는 데 착안, 수금을 위한 행동대원으로 동생을 기용한다. '장애인이 조폭보다 무섭다'는 불순한 전제를 깔고 있기는 하지만 꽤 재미있다. 적절하게 맛을 입힌 농담과 앙증맞은 복선도 그럴 듯하다. 늙수그레한 얼굴과 저돌적인 아이의 성격, 여기에 당뇨병 때문에 맞는 인슐린 주사를 남들은 '뽕'으로 오해하게 마련이니 봉구만 데려가면 상우는 거칠 것이 없다. '태양은 없다'에서 악덕 사채업자와 그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건달로 나왔던 두 사람은 5년 만에 호흡을 맞춰 진한 형제애를 보여준다. 김용화 감독의 데뷔작. 장점/이정재, 이범수 그리고 이문식과 이원종이 어울린 코믹 앙상블.
불어라 봄바람 '라이터를 켜라'에서 째째한 백수 노릇으로 관객을 웃겼던 김승우, '가문의 영광'으로 엄청난 관객동원력을 자랑했던 김정은이 만났다. 소설가 고선국(김승우)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2층방을 세 놓는 바람에 다방 아가씨 화정(김정은)과 원하지 않은 한집살이를 하게 된다. 그는 화정이 들려주는 사랑 얘기를 몰래 소설로 옮긴다. 이는 '브로드웨이를 쏴라' 에서 익히 본 설정이라 새로울 것은 없다. 한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고 내복을 껴입고, 쓰레기 봉투 값이 아까워 성당에 쓰레기를 버리는 3류 소설가 선국은 '천박하다'고 평소 무시해온 화정의 사랑 얘기에 점차 빠져든다. 감독은 '라이터를 켜라'를 만든 장항준. 장점/남자 소설가를 사랑하는 남자 이야기 등 재미있는 곁가지.
캐리비안의 해적―블랙펄의 저주(Pirates of the Caribbean: The Curse of the Black Pearl) '캐리비안의 해적―블랙펄의 저주' 는 조니 뎁의 악당 연기가 볼 만한 영화다. 잔머리를 굴리면서도 인간미가 있는 '미워할 수 없는 악당'으로서의 매력이 가득하다. 난파된 해적선에서 살아남은 해적의 아들 잭 스패로가 대장장이로 자라나, 총독의 딸을 사랑하게 되고, 해적에게 납치된 그녀를 위해 모험에 뛰어든다는 설정. 저주를 받아 낮에는 선원이지만, 밤에는 해골로 변하는 해적 선원들의 모습이 볼거리. 놀이공원에 놀러온 듯한 화끈한 장면과 현대극을 방불케 하는 유머러스한 대사가 사극 어드벤처 영화로의 업그레이드를 뒷받침하고 있다. 감독 고어 버빈스키. 장점/부모가 졸지 않으면서 아이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다.
패스트&퓨리어스2(Fast& Furious 2) 자동차 광이라면 '패스트&퓨리어스 2'를 놓치기 싫을 것이다. 자동차 경주 영화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튜닝한 자동차의 거친 질주와 힙합 패션을 입는 '거리의 아이들'은 언더그라운드 문화를 대변한다. 마이애미의 범죄조직 두목을 잡기 위해 전직 경찰 오코너(폴 워커)와 자동차 경주광 피어스(타이리스 깁슨)가 짝을 이뤄 악당 소탕전에 나선다. 자동차가 속력을 내는 데서 더 나아가 이번에는 아예 하늘을 난다. 이런 영화는 '시청각' 자료로 승부하는 법이다. 감독 존 싱클톤.장점/화려한 자동차의 움직임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주온2 (呪怨2) 전편이 아버지로부터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이의 원혼이 벌이는 끔찍한 잔혹극을 보여주었다면 속편은 영화 속의 영화 장면을 통해 더 끔찍한 공포를 풀어 놓는다. '흉가 공포 체험'특집극에 참가한 배우와 스태프가 차례로 죽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가부키 배우를 연상시키는 아이의 하얀 얼굴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아이만큼 호러 영화의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장치는 없는 것 같다. 감독 시미즈 다카시. 장점/아이가 이끄는 공포의 세계는 싫지만 유혹적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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