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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먹은 육상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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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먹은 육상 트랙

입력
2003.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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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46개 종목에서 38명의 새 챔피언이 탄생한 세대교체의 열풍. 대회운영에서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2003 파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약물복용 의혹으로 악취에 휩싸여 있다.악취의 진원지는 6회 연속 종합우승을 달성한 미국. 미국은 남자 100m 세계기록보유자 팀 몽고메리(28·9초78)와 대회 4연패를 노리던 모리스 그린(29·9초79)이 노메달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지만 계주 팀이 남녀 1,600m와 남자 400m를 휩쓴 데 힘입어 이번 대회 금메달 10개를 수확했다.

그러나 이중 12년 만에 여자100m와 200m를 석권 '단거리의 새 여왕'에 등극한 켈리 화이트(26)가 금지약물 '모다피닐' 양성 반응을 보여 메달 박탈 위기에 놓여 있다. 모다피닐은 정상수면을 방해하지 않고도 각성효과가 있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금지약물 목록에 올라 있다.

여기에 남자 400m와 1,600m계주 우승을 견인한 제롬 영(27)도 근육강화제인 스테로이드 난드롤론을 복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국 육상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미국 육상의 '약물 악취'는 이미 올 상반기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1991년부터 10년간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약물담당이사를 지낸 웨이드 엑슘 박사가 4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 인터뷰를 통해 세기의 육상스타 칼 루이스 포함 80∼90년대 미국 대표선수 중 상당수가 약물을 복용했으나 USOC가 이를 묵인했다고 주장한 것. 스포츠중재재판소(CSA)는 이에 약물 복용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이미 세월이 지난 사건이라 파문은 일단 진정됐었다.

그러나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화이트와 영의 약물 복용 의혹이 잇따라 도마 위에 오르면서 미국 육상의 악몽이 고스란히 재연됐다.

아르네 륑크비스트 IAAF 부회장은 이와 관련, 미국육상연맹에 청문회를 열어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IAAF는 화이트가 200m 우승 직후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단 한차례라도 약물 복용이 확인될 경우 금메달 2개를 모두 박탈하고 2년간 자격 정지시킨다는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함께 제롬 영의 약물 복용의혹에 대해 합동조사에 나서기로 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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