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2일 교육인적자원부의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 총점기준 석차 비공개 방침'이 위법이라고 판결했으나 교육부는 이를 수능제도에 반영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의 제도가 대학 서열화를 막지 못했다는 점을 법원이 명백히 한 이상 이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고 석차공개 요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법원의 이번 판결 내용으로 볼 때 교육부는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에게만 2003학년도 수능시험 총점기준 석차를 공개하면 된다.
더구나 확정판결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 치러지는 2004학년도 수능에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총점기준 석차가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 2005학년도 수능의 경우 수험생이 5개 영역중 3, 4개를 선택해서 응시할 수 있기 때문에 총점의 의미는 대폭 줄어든다.
하지만 향후 소송 및 수능제도 변경과는 별개로 이번 판결로 교육부가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교육부는 2003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수능 총점에 의한 석차화를 방지하고 수능성적에 의한 대학 서열화를 막기 위해 총점기준 석차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능 점수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자 전국 각 고교는 수험생들의 수능성적을 취합, 입시학원에 총점자료를 넘기고 학원에서는 이를 토대로 전국 규모의 성적분포자료를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학원에서는 이를 다시 각 고교에 입시자료로 제공하면 고교에서는 이를 기초로 대학입시 상담을 하는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 의도와는 달리 사실상 수능 석차화와 대학 서열화는 계속 이어졌고 엉뚱한 곳에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석차가 공개될 경우 총점 중심의 입시와 대학 서열화가 재발할 것"이라며 "이는 학생 개개인의 특기, 적성계발을 저해하고 대학입학전형을 획일화해 다양화·특성화 요구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대학이 보유한 시설, 교수, 위치 등에 따라 수험생의 선호도에 있어서 우열이 존재한다"는 현실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정보의 비공개로 인해 보호되는 공공의 이익은 그리 크지 않은 반면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혼란을 겪는 수험생의 불이익은 상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상황 때문에 교육부는 이번 판결을 '법리적'으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부가 어떤 보완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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