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2곳 밖에 없는 천연모래 활주로인 백령도 사곶백사장(천연기념물 391호)이 급격히 유실되고 있다.백령도 북동쪽 용기포항 부근에 있는 폭 200m, 길이 2㎞ 크기의 사곶백사장은 가는 규사토로 이뤄져 물이 잘빠지고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것이 특징. 이 때문에 1970년대에는 군용기가 이·착륙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5년 남포리 일대에 820m 길이의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해수의 흐름이 바뀌어 백사장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지적이다. 방조제 공사는 50년대 말 농지 확장을 위해 시작됐다가 중단됐으나 91년 재개돼 4년 만에 완공됐다.
실제로 백사장에서는 모래 유실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비행기도 너끈히 내려앉던 백사장은 푸석푸석한 상태였으며, 곳곳에 골이 파여 물이 차 있다. 폐사한 조개류들도 군데군데서 발견됐다. 주민 이경호(45)씨는 "최근에는 백사장에 자동차가 빠지는 것도 봤다" 고 말했다.
백사장이 시작되는 용기포항 인근도 마찬가지. 주민 김금녀(57)씨는 "방조제를 막기 전에는 광어 장어 농어 등이 지천이었는데 요즘은 하루에 한 마리 잡기도 어렵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방조제 공사를 발주한 인천 옹진군은 "방조제 완공 이후인 95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사곶해안의 환경영향 조사결과 용기포 지역은 항만 증축의 영향으로 백사장의 해안 변화가 다소 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방조제 인근 해안의 땅은 오히려 단단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령도=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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