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저도 생각해 본 적 있습니다."TV 홈 쇼핑 캐나다 이민 상품으로 온 나라를 이민 열풍에 휩싸이게 한 강봉구(43) 현대홈쇼핑 상품개발팀장은 자신이 사고 싶은 상품이어야 소비자들에게 팔 수 있다고 믿는 '장사꾼'이다.
그가 지난달 28일 내놓은 캐나다 이민상품은 80분 동안 983명이 몰려 홈 쇼핑 사상 최고인 1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자신조차도 놀란 '대박'이었다.
하지만 정작 더 놀라운 것은 이민으로 고수익 비즈니스 모델로 만든 강 팀장의 아이디어다. 강 팀장은 6월에도 미국 기업에서의 인턴십 상품을 선보여 단 3회 방송으로 5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도 상품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 소비자들의 욕구를 정확하게 짚어낸 감각, 그리고 TV 홈 쇼핑의 폭발력이 어우러져 나온 작품이다.
강 팀장이 인턴십, 이민 같은 무형(無形)상품에 착안한 것은 2년 전. "주변에서 취업과 자녀 유학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믿을만한 상품이 있다면 가겠다 싶었습니다." 더구나 무형상품은 반품, 재고 관리, 물류 비용도 들지 않는데다 얼마를 팔아 주어야 한다는 목표량도 필요 없었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모든 서비스를 표준화 해야 하고 주문과 실제 매출과의 차이도 유형 상품보다 크다. 때문에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때 현대 홈쇼핑 안에서조차 반신반의했다. 강 팀장은 1년 동안 50여차례의 전략 회의를 통해 기존 이민 상품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소비자들과 눈 높이를 맞추었다 무엇보다 비용 공개 등 전과정을 투명화하고 상담, 현지방문, 캐나다 이민국 심사 등 중간과정에서도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이디어는 하루 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이거다' 싶은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이디어 짜내기보다 더 힘들다. 이민 상품 역시 유통업계 14년 경력과 달리는 차 안에서도 DVD로 시중에 나온 영화를 전부 볼 정도의 적극성이 빚어낸 결과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현대백화점에 입사한 강 팀장은 10년 동안 식품을 제외한 모든 상품을 섭렵했다. 그는 이 때 "회사에서 고객으로 생각의 중심을 옮기는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 패션 100대 디자이너 초대전을 기획했다. 어느 디자이너의 행사장에서 세운 일일 매출 10억원의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4년 전에는 인터넷 쇼핑몰인 H몰로 자리를 옮겨 월 매출 2억∼3억원이던 회사를 150억원으로 키워냈다. 10개월 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현대 홈쇼핑도 이민 상품을 제외하고도 이미 올해 목표를 넘어섰다. 주위에서는 "돈 냄새 맡는 귀신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의 유일한 징크스는 홈쇼핑 방송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 "이상하게도 제가 나가는 날은 매출이 잘 안 올라서요." 대신 그는 집에서 TV를 보면서 10분 간격으로 전화를 걸어 현장을 점검한다. 이민 상품 1차방송 때도 그랬고 4일 2차 이민상품 방송 때도 나가지 않을 작정이다.
강 팀장의 머리 속에는 이미 또 다른 무형 상품들이 들어 있다. 5일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1년 과정의 장기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TV 홈쇼핑의 이민상품을 무작정 사고 싶다면 그보다 먼저 강 팀장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마음 속 장바구니에 담아 보는 건 어떨까.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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