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라고 한다. 우리의 행동과 생활은 경제행위와 결부되어 있는데 경제학은 그런 우리의 행동을 대개 합리적이라고 가정하고 분석의 대상으로 다룬다. 그 합리성의 가정은 인간의 선택행동을 근저로 한다. 인간행동의 대안들이나 선택상품등에 선호도의 우선 순위를 매겨볼 수도 있고 평가해볼 수 있다.예를 들어 우리가 시장에서 수박을 산다고 가정해 보자. 시장에는 가, 나, 다의 3종류 수박이 나와 있는데 이중 다만이 진짜 수박이고 나머진 수박과 유사한 다른 제품이라고 할 때 정상적인 사람은 다라는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가와 나를 진짜 수박이라고 속아 사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특성상 다제품은 빨리 팔리든지, 아니면 상인이 가격을 올리기 위해 감출 것이다. 반면 가와 나의 경우는 팔리지 않아 회수, 또는 덤핑판매될 것이다. 어떤 경우엔 끝까지 시장에 남아 있어 시장 자체를 황폐화 시키고 거래불신을 조장하기도 한다. 이런 나쁜 상품이나 변종 상품이 거래되면서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에 품질과 양에서 정보불균등 내지 불평등이 생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샴의 법칙처럼 가짜 상품이 좋은 상품을 몰아 내기도 한다.
중고차 시장을 예로 들어 보자. 교통사고가 난 차를 수리하고 고쳐서 별로 흠 없는 차로 속여 판다면, 구입자는 그 정보를 모른 채 겉만 보고 많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다. 정보 비대칭 내지 불평등에 기인한 피해이다. 이렇게 시장에서 하자가 있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미국에서는 '레몬'이라 한다. 이는 애컬롭이라는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가 정보비대칭에 관해 효시적으로 쓴 논문에서 유래된 용어로 겉으로는 먹음직스럽지만 실제 맛은 그렇지 못한 레몬의 속성을 빗댄 것이다.
경제를 공부하면서 나는 요즘 인간세상도 시장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특히 요즘 논란이 되는 호주제 폐지는 혼례를 두 집안의 결합으로 보는 우리 문화풍토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가짜와 진짜 수박을 가려내듯 순수혈통을 따지게 된다면 앞으로 결혼시장에는 수많은 나쁜 상품과 레몬이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집안 따지고 학벌 따지는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절대 그렇게 되어서는 안될 일이지만 말이다.
/이재유·부산 사하구 괴정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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