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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까 한국의 대안운동/초록자동차―차 함께 쓰기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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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까 한국의 대안운동/초록자동차―차 함께 쓰기 모임

입력
2003.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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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어디로 가야 할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보다 살기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대안운동을 펴는 이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의 자동차 댓수는 7월말 현재 1,443만 9,851대. 이 가운데 자가용 승용차만 해도 981만 5,935대나 된다. 2002년 8월부터 1년 동안 40만 1,575대가 늘었다. 네 명에 한 대꼴이니 집집마다 차 한대는 있는 셈이다. 명절이면 또다시 차량구입이 급증하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추석을 지나면 또 얼마나 늘어날지. 이 때문에 전국토가 주차장이 되고 도로를 새로 내느라 녹지가 줄어든다.

이 같은 흐름을 막아보자고 시작된 것이 자동차 함께 쓰기 운동. 과천의 시민들이 모여 만든 '초록자동차―차 함께 쓰기 모임'이 있다.

처음 과천에 사는 주부 김영희(53)씨가 이 운동을 펴자고 제안한 것이 2001년. 모임이 된 것은 겨우 올 봄부터이다. 회원은 일곱명. 아직은 준비단계이다.

자동차 함께 쓰기는 10여년전에 크게 바람을 일으켰던 자동차 함께 타기(일명 카풀)와는 좀 다르다. 카풀이 행선지가 같은 사람끼리 같이 타고 가자는 운동이라면 자동차 함께 쓰기는 차 한 대를 두 가구 이상, 여러 사람이 나누어 쓰는 것이다. 차 있는 사람은 차를 빌려주고 차 없는 사람은 빌려 쓴다. 차를 쓴 만큼 비용은 분담한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평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꼭 필요할 때만 자가용을 쓴다.

김씨는 "외국 생활을 많이 했는데 우리나라처럼 땅에 비해 자동차가 많은 나라가 없어요. 차 때문에 길도 많이 만들어야 하고 공기는 얼마나 나빠집니까. 그래서 저부터 차없이 살기로 했지요."

외교관의 자녀로 태어나 외교관인 남편을 만나 아프리카 유럽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살아온 김씨는 이미 79년에 운전면허를 땄을만큼 자동차에 관한한 앞선 사람이었다. 그도 95년 호주로 떠날 때까지만 해도 자동차를 몰고 다녔다. 그러나 2001년 귀국해보니 한국의 상황은 6년전하고도 너무 달라져있었다. "차를 댈 곳도 없는데 계속 차가 늘어나는 겁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었지요." 그의 집부터 차를 사지 않았다. 양재동이 직장인 남편은 지하철로 통근을 하겠다고 했고 대학생인 아들도 차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78세인 노모 역시 외출 때면 지하철을 흔쾌히 탔다. 차가 필요하다면 놀러다닐 때 정도인데 그 때를 위해 자동차 한대를 유지한다는 것은 무척 어리석게 여겨졌다. 그는 친지들의 차를 빌려 썼다. 주위에는 놀고 있는 차가 많았다. 그러다가 "나 혼자만 이럴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에 환경운동연합 과천지부를 찾았다.

"주부 혼자 하는 것보다는 환경단체가 나서주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저희한테 오셨어요.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해서 회원들과 실제 가능한지를 6개월이나 논의를 했어요. 그러나 자칫 사고나 보험처리 같은 문제로 불미스런 일이 생기면 시민단체의 활동이 어려워지는 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환경련의 공식활동으로 채택하지 않는 대신 회원들 각자가 적극적으로 동참하자고 했지요." 김씨의 제안을 검토하다가 초록자동차 회원이 된 환경운동연합 과천지부 김동근(33) 사무국장의 말이다.

김 국장도 98년 자동차를 치웠다. 그 후론 서울 개포동에 사시는 아버지(64) 차를 남동생과 경기 평촌에 사는 김 국장네가 함께 쓴다.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은 미혼인 남동생이라고. "연애할 때 많이 갖고 나가더라구요." 그는 새만금 현장에 가거나 환경련 집회와 교육상 필요할 때 차를 쓴다. 평소에는 늘 대중교통이다. "지금 네 살인 아들을 낳으러 갈 때도 아내랑 택시타고 갔어요" 한다. 그는 "차가 있으면 차를 필요로 하지, 차가 없으면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놀러 갈 때 제일 아쉬운데, 쓸데없이 돌아다니는 것은 오히려 준다고. 과천 환경련에는 회원들끼리 차를 함께 쓰는 사례가 몇 건 더 있다.

차를 함께 쓰면 도로와 주차장을 덜 만들고, 매연가스가 덜 나오니 환경을 지킬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돈을 아낄 수 있다. 김 국장은 차를 갖고 있던 98년 이전에는 보험료를 제외하고도 다달이 20만원 정도가 기름값을 비롯한 유지비로 나갔고 연 40만원 정도가 수리비로, 연 40만원 정도가 보험료로 나갔다고 전한다. 지금은 맏아들로서 기름값이니 수리비를 넉넉히 대는 편인데도 한 달에 12만원 정도면 너끈하다.

한살림 과천지회의 상근간사인 이해정(34)씨도 회원이다. 초록자동차 모임은 늘 한살림 사무실서 열린다. 이씨도 자동차가 있지만 과천에 살고 과천에서 일하다보니 차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차로 내놓았다.

나들이 때면 서울 사는 남편 친구의 차를 빌리던 김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과천의 주부인 차미순(36)씨의 차를 빌려 쓴다. 김씨의 제안이 '과천21'이라는 지역신문에 실린 것을 보고 차씨가 연락을 해온 것. 차씨는 "남편과 평소에도 늘 우리나라에는 차가 너무 많다고 이야기하던 차에 이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우리 차를 함께 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덕분에 김씨는 차를 빌리러 멀리 서울까지 나가지 않아도 되게 됐다. 그러니까 차씨는 초록자동차의 진정한 첫 발을 디디게 한 사람이다.

자동차 함께 쓰기 운동의 고민은 보험 문제가 복잡하다는 사실. 차주인이 종합보험에 가입했을 경우는 문제가 없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차를 빌려쓰는 동안 종합보험으로 바꿔주어야 한다. 절차가 복잡하고 현재로서는 제일화재보험에서만 단기 변경을 허용하고 있어 앞으로 보험회사를 상대로 개선을 요구할 참이다.

차가 필요한 기간이 겹친다는 점도 고민이다. 김씨는 올 여름 휴가에도 차씨의 차를 빌리고 싶어했으나 휴가 기간이 겹치면서 성사되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점은 회원이 많아지면 자연 해소될 것으로 보이나 아직은 운동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회원도 한 자릿수에서 그대로 맴돌고 있다. 하지만 김씨는 걱정하지 않는다. 차를 포기하는 것 자체가 느리게 살기로 결심한 것인만큼 운동도 느리게 그러나 실속있게 가자고 생각한다. 다음에 카페('초록자동차' cafe.daum.net/greencars)를 만들고 동참자들을 찾고 있다.

hssuh@hk.co.kr

● 자동차 나눠쓰기 어떻게

―어떻게 참여하나.

"자동차 클럽을 만드는 게 좋다. 차를 갖고 있는 사람은 차를 함께 쓰겠다고 등록하고, 차가 없는 사람은 빌려쓰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자동차 클럽의 규모는 차 한대를 15∼20명이 나눠쓰는 것이 적당하다. 차량의 보유, 유지, 보험관계, 주차를 클럽에서 담당하면 회원은 전화나 인터넷으로 차를 예약할 수 있다. 차를 함께 쓰는 사람끼리 주행거리와 사용시간을 적어놓는 차계부를 만들어 월말에 청구서를 함께 정산하는 방식이 좋다. 회원은 보증금과 가입비를 내고 자동차 클럽에 가입하며 가입비는 탈퇴시 돌려준다. 날짜 단위로 차를 빌리는 렌터카와 달리 시간 단위로도 차를 빌릴 수 있어서 좋다. 자동차 클럽의 규모가 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개인끼리 비용과 보험문제를 명확히 하고 차를 함께 쓰면 된다."

―차를 빌려 쓰면 돈을 내야 하나.

"그렇다. 친한 사람들끼리면 기름을 채워주는 식으로 해도 되겠지만 자동차 클럽을 통해 차를 나눠 쓰려면 비용정산이 정확한 것이 좋다. 비용은 보험료를 포함, 렌터카의 절반 정도를 지불하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쓰는 동안의 기름은 물론 쓰는 사람이 부담한다."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나.

"차를 쓴 사람이 책임을 진다. 사고에 대비해 1일 보험에 가입하면 된다. 개인보험을 쓰는 날짜만큼만 종합보험으로 변경하였다가 사용 후 해지하는 방법이다. 하루짜리 보험 변경도 가능하다. 비용은 불과 하루당 2,000∼3,000원이다."

● 차 함께 쓰기 운동 강령

1. 차가 있는 사람은 쓰지 않을 동안 차 없는 사람에게 빌려주자

2.차를 앞으로 살 계획인 사람은 차를 사지 말고 필요할 때 이웃에게 빌려쓰자

3.차를 바꾸려는 사람도 과감히 차를 없애고 차를 빌려써 보자

4.차없는 사람끼리 모여서 '자동차 클럽'을 만들자. 자동차 클럽의 차를 서로 필요할 때 나누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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