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윤리경영 확산과 공직사회 정화 분위기와 맞물려 '추석 선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상당수 기업들이 예전의 권고 차원을 넘어 '선물 신고 센터'까지 설치·운영 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새로운 추석 문화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명절 선물은 오랜 우리 고유의 풍습인데다, 이를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 경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김정태 국민은행장은 1일 월례 직원 조회에서 "이번 추석 명절에 어떠한 경우라도 고객들로부터 선물을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 신한, 우리, 기업 은행 등 대다수 시중 은행들도 '추석 선물 안받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고경영자들(CEO)이 앞장 서 추석 향응 추방 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중순 14개 계열사와 관련회사의 대표이사, 임원에게 "작은 성의 표시라 하더라고 추석 선물을 받으면 엄벌 하겠다"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17일까지 서울, 포항, 광양 등 3곳에 '선물반송센터' 설치, 운영하고 있다. LG전자, (주)코오롱, (주)신세계 등 다수 기업들도 '선물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협력사로부터 선물 안받기 운동을 하고 있다.
추석 분위기가 이처럼 바뀌면서 일반 직장인은 물론, 공무원과 공사 직원들도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한 중견기업은 올해 추석 선물 배송 리스트에서 공무원과 협력업체 간부들을 제외하는 한편, 선물 단가도 지난해보다 30% 가량 낮게 책정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초기인데다 사회 분위기도 냉각돼 추석 선물을 보내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어 대상 폭을 크게 축소했다"고 말했다.
백화점, 할인점, 쇼핑몰 등 추석 선물을 판매하는 유통 업체들은 이런 사회적 분위기 확산 움직임에 사뭇 긴장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 뚜렷한 변화 조짐은 없으나 30만원대가 넘는 고가 선물에 대해선 일부 수취 거부 사례가 나오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하루 250여건의 선물 배달 중 수취 거부는 2∼3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배송이 본격화 되는 이번 주부터는 선물 수취 거부가 늘어날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불황으로 어려운데 선물 안받기 운동까지 퍼져 걱정 된다"며 "자칫 소비 위축으로 국민 경제에 주름살을 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상만 농림부 장관도 이날 "추석 때 선물을 하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돈 봉투 같은 뇌물을 돌리지 말라는 것이지, 쌀이나 사과 같은 농산물 선물까지 돌리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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