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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엔 가위들고 22일엔 부케들어요"/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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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엔 가위들고 22일엔 부케들어요"/신은경

입력
200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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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요? 솔직히 찍을 땐 뼈와 살을 깎는 듯 힘들어요. 몸에 줄을 매고, 스턴트맨도 써서 슬쩍 관객 눈을 속이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면 진짜 가슴이 벅차요. 정말 경이롭죠."'조폭 마누라' 1편은 신은경이 아니라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2편에 신은경이 없었다면 아마 전편의 인기를 업고 급조된 속편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신은경은 조폭 마누라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작품성을 잣대로 한 비판과 흥행이 정비례 관계가 아님을 증명한 '조폭 마누라'는 이번에는 보란 듯이 전에 비해 많이 선량해졌다. '더 세고, 더 강하게'라는 2편의 법칙 대신 전편보다 훨씬 '영화 같은 영화'로 만들어져 신은경의 말처럼 "3편도, 4편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나, 돌아왔다―조폭 신은경

1편의 큰 성공(관객 520만명을 동원, 역대 흥행 4위)에도 불구하고 신은경은 자신의 연기와 영화에 대해 냉정한 눈길을 유지한다. "연기력이 특별히 필요한 영화는 아니었고, 캐릭터가 새롭다는 점이 관객들에게 어필했겠지요." '강한 여성'을 내세우면서도 그 방식이 지극히 '마초 남성적'이라는 1편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비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여성 비하요? 그런 대단한 이론으로 비판할 만한 가치가 있나요? 그런 반열에 올랐다면 오히려 고맙죠." 출연작에 대한 놀랄 만큼 '쿨'한 태도다.

그의 이런 '쿨'함은 때로 오해를 사기도 했다. 널리 알려졌듯 신은경은 4월22일 촬영 도중 각목에 맞아 안구 안쪽을 심하게 다쳤다. 안구좌상, 결막하출혈, 동공홍채마비 등 이름도 생소한 안과 질환에 시달렸다. 그러나 사고 며칠 만에 다시 촬영에 들어가는 열의를 보여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흥행을 염두에 둔 '조작극'이 아니었냐는 의구심을 살 정도였다. 당시 상황을 제작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한양대병원에 나, 신은경, 소속사 대표 셋이 모였다. 의사는 눈의 핏줄이 한번 더 터지면 영원히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잠시 침묵하던 신은경이 '그냥 찍을게요'라고 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도 몰랐다." 신은경의 말은 더욱 머리카락을 쭈뼛하게 한다. "눈이 터진다고 바로 끝장 나는 게 아니라 24시간 이내에 수술을 하면 괜찮다고 했어요. 그러니 뭐 다시 생각할 이유가 없었지요. " 말이 그렇지 아무리 배우라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 후유증으로 안약을 4개씩이나 갖고 다니고, 1.5였던 왼쪽 눈의 시력이 마이너스 6디옵터(시력 약 0.1의 근시)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시력이 회복될지 어떨지는 알 수 없고 눈 모양이 변형될 수도 있는 수술을 받지 않으면 평생 렌즈를 끼어야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주먹' 역할에 익숙해지더니 완전히 '깡생깡사'가 된 것일까.

본격적 연기자로 데뷔한 지 11년. 그는 이제 "2편에는 은진의 일상을 통해 사람 사는 얘기를 더 많이 하고 있어 그야말로 '비평'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무심한 듯 말할 정도로 중견 연기자의 '내공'을 갖추었다.

나, 간다―마누라 신은경?

신은경(29)은 9월22일 시집간다. 신랑감은 올 3월 제작사대표 소개로 만난 소속사 플레이어의 대표 김정수(37)씨. 'X세대' '보이시한 여자'의 표상으로 알려진 신은경은 최근 여성 호르몬 수치가 쭉 올라간 느낌이다. "김 대표를 처음 보았을 때 마치 그가 내 목을 꽉 조르는 느낌이었는데 그리 좋을 수 없었다." 선머슴 같은 이미지의 그녀가 '임자'를 만난 셈이다. 사진 촬영을 하는 사이 신부감과 눈만 마주치면 웃음을 지어주는 이 예비 신랑은 소속 연예인으로서의 신은경을 이렇게 평가했다. "장점은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 단점은 몰입이 심해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노는 계집 창' '링' 등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작품성을 인정 받은 게 없다고 하자 신은경은 "모든 걸 혼자 결정해서 그랬다. 앞으로는 남편한테 모든 책임을 떠넘길 것"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너무 여성스러워졌다는 얘기에 대한 답은 이랬다. "스물 남짓한 애를 데리고 여성 운운 하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냥 성 구분을 하자니 여자일 뿐이다. 이제 겨우 여자가 되어 가는 느낌이다."

신은경도 누군가의 '마누라'가 되면서 비로소 여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박은주기자jupe@hk.co.kr

조폭마누라2는 어떤 내용

고층빌딩 옥상에서 벌이는 조직 간의 결투 장면으로 막을 여는 '조폭마누라2'의 첫 대목은 관객의 기대를 한껏 부풀려 놓는다. 헬리콥터를 타고 옥상에 뛰어내린 뒤 수세에 몰린 자기 조직을 구하는 차은진(신은경)의 액션과 '매트릭스 리로디드'의 도입부를 흉내낸 빌딩 추락 장면은 역동감으로 가득하다.

'조폭마누라'시리즈는 상식을 뒤집는다. 여성이 조직 폭력배의 두목이라는 설정은 관객의 말초신경에 단번에 꽂힐 수 있을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 2001년 1편으로 갈퀴로 긁듯 52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조폭마누라'의 속편이 또 추석 대목을 노리고 있다.

2편은 1편에 비해 지나친 폭력 묘사와 자극, 욕설을 줄이는 대신 잔재미를 늘려놓았다. 2편의 핵심은 차은진의 기억상실증. 옥상결투에서 떨어진 여파로 기억을 잃은 그가 중국집 배달원으로 지내다가 은행강도를 잡으면서 서서히 기억을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1편 못지않게 황당하지만 이야기엔 제법 짜임새가 있고, 재개발 이권에 뛰어든 조폭을 응징한다는 나름대로의 사회성도 담아 냈다.

'가문의 영광'을 연출한 정흥순 감독은 꼼꼼한 드라마 대신 예기치 못한 해프닝을 곳곳에 묻어 놓고 관객의 웃음을 기다린다. 관객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장면을 빠르게 전환, 백상어(장세진)와 차은진의 맞대결로 향하는 긴장감을 서서히 고조시킨다.

차은진이 기억을 되찾기 위해 감전 되려고, 또 벼락을 맞으려고 애쓰는 대목, 백상어가 차은진이 기억을 회복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킬러를 보내는 장면,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는 백상어의 발성기 등이 돌발적 웃음을 자아낸다. 조폭에 자매애라는 자못 엉뚱한 코드까지 결합시켰다. 차은진과 중국집 주인 윤재철(박준규)의 딸 윤지현(류현경)이 갈등을 겪다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도 자세히 다뤘다. 올바른 조폭이 나쁜 조폭을 응징하고, 선량한 여성이 악질 남성을 심판하는 사사로운 복수는 흥미를 돋울 듯하다. 일부 조연의 엉성한 연기와 불필요한 폭력 장면은 1편에 이어 여전하다. 15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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