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주체간·집단간·계층간 갈등의 심화로 교육공동체가 와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학교붕괴 차원을 넘어 섰다는 지적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이러한 교육붕괴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가장 큰 원인은 교육에 대한 투자 미흡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된다. 교육예산의 절대 부족으로 학교 현장은 아직도 수십 년 전의 낙후된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육방법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가정과 사회의 엄청난 변화에 학교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학생과 교사, 학생과 부모간의 세대 격차로 인한 대화의 단절도 교육위기의 한 원인이다. 사이버 공간 속에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획득한 학생들과 전근대적이고 보수적인 교원, 학부모 집단 간에 대화의 거리가 멀어지고 이해가 상반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여 학생들이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에 흥미를 잃고 방황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통교육을 포기한 이후 교육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우리의 전통교육은 마을주민 모두가 스승이었고 지역사회가 바로 학교의 터전이었다. 학생들은 마을의 향교나 서당에서 학문을 연구하였으며, 마을 어른들 전원이 학생들의 행동 하나 하나를 직·간접적으로 지도하였다. 학교가 지역사회 중심이었을 당시 우리의 전통 교육 속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없었다.
교육위기는 또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에서 생겼다. 명문대 진학이라는 학교생활의 목표 속에서는 전인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 고등학교나 대학은 미래 지향적으로 특성화되어야 하고, 특정대학 보다는 자신의 특기 적성에 따라 특성화된 학과를 선택하는 진학체계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주체간 갈등의 심화는 교육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다. 교원단체간, 학교장과 교원단체간, 학부모와 교원단체간의 갈등 등은 투쟁일변도의 교육현실을 반영한다.
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관 주도의 밀어 붙이기식 개혁이 아닌 교육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원이 함께하는 아래로부터의 자율적인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형식적인 교육자치를 탈피하여 헌법 제31조 제4항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는 자율적인 교육자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감, 교육위원 몇 명으로 명맥이 유지되는 형식적인 현재의 교육자치를 발전시켜 지역교육청과 교육자치의 핵인 단위 학교의 기초자치가 보장되도록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1974년 고교평준화 이후 다양성, 수월성 교육이 사라진 교육현장도 이제는 사회 변화에 걸맞게 다양한 형태의 맞춤교육서비스를 할 수 있는 미래형 선진학교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때 학교의 자율성이 확보되고 책무성이 강화되어 교사들의 분발과 합당한 대우가 보장될 것이다.
이 순 세 서울특별시 교육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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