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 픽션'의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무술액션모험영화 '킬 빌(Kill Bill)'이 두 편으로 나뉘어 개봉된다. 오랫동안 팬들의 기대를 모은 이 영화는 첫 번째가 10월10일, 두 번째는 이보다 2∼6개월 뒤에 개봉될 예정이다. 타란티노 최초의 본격적 액션영화인 '킬 빌'은 상영시간이 3시간이며 촬영에만 155일이 소요된 대작이다. 할리우드에서는 한 영화를 둘로 갈라 시차를 두고 개봉하는 것을 매우 드물고도 위험한 일로 여기고 있다.더구나 이 영화는 영화를 마구 잘라 '가위손 하비'라는 별명을 얻은 하비 와인스틴(미라맥스 대표)이 제작한 작품이어서 더 화제가 됐다. 하비는 이번 조치를 '타란티노에 대한 특별대우'라고 말하고 있다. 타란티노의 폭력적 영화 '펄프 픽션'은 미라맥스란 이름을 할리우드에 등록시킨 작품으로, 미라맥스는 이 영화를 계기로 자금을 마련해 다른 많은 히트작을 제작해 굴지의 영화사로 군림하게 됐다. 하비는 "미라맥스는 타란티노가 지은 집"이라며 "그의 할리우드에서의 능력과 위치를 감안해 백지 수표를 주었다"고 말했다. 타란티노는 몇 년 전 이 영화의 각본을 들고 하비를 찾아가 "200쪽 분량의 각본을 모두 찍는다"는 조건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1쪽의 상영시간은 대략 1분이다.
'킬 빌'은 여러 장(章)으로 나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결혼식 날 총을 맞고 5년 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무서운 여자 암살자(우마 서먼)의 복수극을 그렸다. 사무라이 스타일의 결투 장면은 대부분 베이징에서 촬영했다. 중국에서 찍은 덕분에 제작비가 3시간짜리 영화로는 비교적 적은 5,500만 달러가 들었다. 물론 영화의 흥행 성공 여부는 타란티노의 골수 팬들이 얼마나 호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드는 데 10년이나 걸린 영화에 대한 액션 팬의 호기심이 과연 표를 사는 행위로 이어질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문제는 타란티노의 다섯 번째 영화인 '킬 빌'이 매우 폭력적이라는 점이다. '녹엽정' 나이트 클럽에서의 격투장면에서는 무려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살해되는데 스태프에 따르면 핏빛이 전율할 만큼 새빨갛다고 한다.
이런 폭력성 때문에 이 영화는 R등급(17세 미만 관람은 부모나 성인 동반에 한정)을 받을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되면 10대 액션 팬들이 영화를 보기가 힘들어져 흥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미라맥스는 한 영화를 둘로 쪼갬으로써 우마 서먼과 빌역의 데이비드 캐라딘, 그리고 암살단의 일원으로 나오는 루시 류 등 출연진과의 출연료 협상도 새로 해야 하게 됐다.
/LA미주본사편집위원·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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