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져도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 않을 거예요"북측 응원단이 묵었던 대구은행연수원에서 단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안내 도우미를 한 이선미(23·영남대 경영학과4) 전효진(22·영남대 가정관리학과4) 김효정(21·대구가톨릭대 패션산업학과3)씨. 1일 낮 응원단을 떠나 보내는 이들은 목이 메었다. 12일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12년만큼 쌓인 정을 차마 떼기 어려웠던 것이다. 특히 셋 가운데 큰 언니격인 이선미씨는 소리 내어 펑펑 울음을 터뜨렸다. "어쩌면 앞으로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지금처럼 마음이 아팠던 기분은 처음입니다." 그의 표정은 마치 친자매와 헤어지는 듯 했다.
두차례의 면접을 통과하고 도우미로 선발된 이들은 지난 달 20일부터 1명씩 3교대로 근무해 왔다. 응원단원들의 불편사항을 해결하는 것이 임무였지만 깊은 얘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단원들이 전화로 요구하는 각종 생필품을 북측 연락관을 통해 전달하기 때문에 직접 접촉하기 어려웠던 것. 그러나 틈틈이 대학생활과 패션, 화장 등 여자들의 관심사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이씨는 "북한 여대생들의 모습은 기본적으로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 여대생들은 응원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면 주로 편안한 흰색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블라우스 차림으로 지냈다. 응원할 때는 비교적 짙은 투명 화장을 하지만 평소에는 옅은 기초화장정도만 한다. 귀걸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연극영화 전공 학생들 같은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
전효진씨는 "얼굴이 갸름하고 모두 미인들이라 그런지 단순한 디자인의 유니폼인데도 옷이 잘 어울렸다"고 칭찬했다. 음식도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는 냉면을 많이 찾았고 김치 같은 것을 즐겨 먹었다고 전했다. 특히 보수단체와의 충돌이후 이틀간 응원을 나가지 않을 때는 컵라면이 큰 인기였다고. 하지만 대다수는 육류를 잘 소화하지 못해 고생하는 듯 보였다고 귀띔했다.
같은 여자로서 이들이 가장 감탄한 것은 미녀응원단들의 살인미소. 김효정씨는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며 미소 짓는 모습이 우리가 보기에도 한결같이 자연스럽고 예뻤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번 경험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절실히 느꼈다"며 "전세계 대학생들의 축제에 정치논리가 개입된 점이 아쉬웠지만 도우미 생활이 남북화해와 교류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바라며 개인적으로 생애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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