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저 예전처럼 가족과 함께 모여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어요."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의 마구잡이식 대테러전으로 이라크인들의 일상이 파괴되고 있다.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지난 달 29일 미군의 무리한 게릴라 소탕 작전으로 이라크 양민들이 고통 받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안정된 삶을 잃은 이라크 일반 시민들의 미군에 대한 저항감만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깊은 밤 요란한 헬리콥터 소리와 함께 바그다드 북쪽의 미샤데 마을에 미군이 들이닥쳤다. 미군은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며 마을 주민을 모아 세웠고 마을의 남자들을 잡아갔다. 이 때 잡혀갔던 19명의 남자들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가족은 가장과 아들이 어디에 있으며 왜 잡혀갔는지 모른 채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미군은 수색 명목으로 냉장고 등 집안의 집기를 부쉈고 농기구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며 압수해갔다. 또 수상한 서류를 뒤진다며 온 집안을 들쑤셔 식량배급 카드도 사라져 버렸다. 마을 주민들은 미군이 쌀 설탕 등 필수식량뿐만 아니라 돈까지 빼앗아 갔다고 분개했다.
눈에 띄게 드러나진 않지만 경제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가장 큰 타격을 준 문제는 가장의 빈자리. 미군이 휩쓸고 간 뒤 남자를 찾아볼 수 없게 된 마을에선 당장 끼니 걱정을 하는 가정이 늘어났다. 마이하 무트라크 파이잘(41·여)은 미군 수색 때 남편이 잡혀간 후 "당장 먹을 게 없어 아이들이 배고픔에 시달리고 탈수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샤데 옆 마을에서는 미군이 게릴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주변 지역을 오가던 미니버스를 폭파해 버렸다. 이 미니버스에 생계를 걸었던 30명의 가장과 가족들은 갑자기 수입이 사라져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전후의 혼란 속에 삶의 평안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이라크의 일반 시민들은 "오직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가족이 모여 단란하게 살던 예전처럼 우리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라며 평화가 찾아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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