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는 시간의 흐름속에 더위가 사그러들고 있다. 여름이 파도가 철썩이는 바다가 어울렸다면 가을은 유리처럼 맑고 잔잔한 호수의 계절이다. 일산이나 분당을 가봤던 서울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호수공원과 율동공원의 장대한 호수를 부러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도 찾아보면 가볼만한 호수가 여럿 있다. 아주 크진 않아도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주변에 함께 즐길 시설들이 많다. 연인이나 가족들 손을 잡고 멋진 풍경속의 호숫가로 추억여행을 떠나보자.평화의공원 난지호수
서울월드컵경기장 옆의 난지호수는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6,500여 평 되는 호수의 물은 한강에서 끌어들인 것으로 자연적인 높이 차를 이용해 실개천을 따라 난지천공원으로 흘러 다시 한강으로 되돌아간다. 아이들이 발을 담그고 놀 수 있도록 돼 있고 수질정화능력이 좋은 부들, 아기연꽃, 수련, 꽃창포 등이 심어져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호수와 이어진 프롬나드 광장은 각종 공연 등 축제마당이 펼쳐지는 공간이고 광장 맞은편 호숫가는 생태습지로 조성돼 있다. 각종 수생식물이 심어진 곳에 목재데크 탐방로가 개설돼 가까이서 수변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호수에 설치된 안개분수도 볼거리. 분수가 내뿜는 물안개 너머로 생태습지와 희망의 숲이 병풍처럼 둘러친 전경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호수와 연계된 실개천을 따라 인라인스케이트장, 자전거도로 등 시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송파나루공원 석촌호수
석촌호수는 평일 1만명, 주말이면 2,3만명이 찾는 명소다. 호수 북쪽 잠실벌은 원래 한강이었으나 토사가 밀려와 여의도 같은 섬을 이뤘고 그 샛강을 매립하면서 일부를 호수로 남겨놓은 게 지금의 석촌호수가 됐다. 이후 송파대로가 조성되면서 동호와 서호의 2개 호수로 나뉘어졌다.
서호에는 서울놀이마당과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 야외공연장이 있고, 동호의 서편에는 송파나루터가 있다. 둘레 2.5㎞되는 호숫가에는 벚나무, 수양버들, 플라타너스 등이 물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한 폭의 멋진 그림을 선사한다.
송파구에서 최근 호숫가 전체에 우레탄 조깅로와 장송마당, 수변무대, 송파돛배 등을 조성해 더욱 쾌적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건국대 일감호
광진구 모진동 건국대 캠퍼스 한가운데에는 서울의 여느 학교에서 볼 수 없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 2만여평 규모의 이 일감호(一鑑湖)는 건국대의 상징으로 매년 5월이면 호수를 중심으로 '일감호 축전'이 열린다.
둘레가 약 1㎞정도 되는 호숫가는 대학생들의 쉼터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고 아침 저녁으로는 주민들이 운동하러 많이 찾는다. 한복판의 작은섬과 호수 주변의 넝쿨이 드리워진 벤치, 붉은 벽돌로 지어진 홍예교가 물과 어울려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너울다리 옆에는 앙증맞은 물레방아도 있다. 일감호에서 데이트나 운동을 한 후에는 지하철 건대입구역 주위의 먹자골목과 로데오거리 등에서 배를 채우고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능동 어린이대공원도 바로 옆에 있다.
관악산 호수공원
관악산 등산로 제1광장에 위치한 호수공원에는 담수면적 2,485㎗의 호수가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호숫가 목책 주변에 버들가지가 드리워져 정겨운 멋이 있다. 호수 한복판에는 나무다리로 연결된 섬이 있고, 분수대도 설치돼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뿜는다. 호숫가 가장 전망 좋은 자리에는 조선후기 관악산 자락에 살았던 문인 신위(申緯)를 기리는 자하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맞은편에는 각종 공연을 펼칠 수 있는 수변무대가 마련돼있고 그 옆에 서정주 시비가 있다. 관악산 만남의 광장 매표소에서 20분 거리에 있고 매표소부터 호수공원까지는 경사가 완만해 산책길로 손색없다.
/성시영기자 sung@hk.co.kr
류호성기자 slowste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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