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에 참여했던 삼성전자에 31일 낭보가 전해졌다. 이날 발표된 EISA상(償)에 삼성의 46인치 HD급 프로젝션 TV와 DVD 플레이어가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EISA상은 유럽 18개국 50여개 전문잡지 대표들이 선정하는 A/V 분야 최고 권위의 상.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에서 TV사업을 시작한 이래 국제전시회에서 국내 업체가 일본을 제치고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디지털TV 만큼은 한국이 일본을 앞서고 있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시장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하며 차세대 전자산업의 총아로 떠오른 디지털TV 시장에서 한국이 한때 세계 TV시장을 휩쓸었던 전자강국 일본을 압도하며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우위 점한 시장점유율 액정표시장치(LCD) TV, 벽걸이(PDP) TV 등 디지털 TV 분야에서 한국은 삼성과 LG가 뜨거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시장점유율에서 이미 일본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LCD TV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유럽시장에서 점유율 37%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며 부동의 1위를 지켰던 샤프를 넘어섰다. LG전자도 북미시장에서 일본 샤프, 파나소닉과 3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LCD TV의 핵심 부품인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시장에서는 이미 일본 업체를 누르고 지난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PDP TV에서도 지난해 유럽시장에서 5만여대를 팔아 일본 소니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던 LG전자는 올들어 북미시장에서도 12만대 이상의 판매가 예상돼 소니에 이어 2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PDP TV 핵심 부품인 모듈을 기준으로 할 때 삼성과 LG는 모두 일본보다 약 5년 늦게 양산을 시작했지만, 내년에는 양 사 합칠 경우 세계 공급량의 5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브랜드 경쟁력이 변수 디지털TV 후발 주자인 국내 업체들이 이처럼 일본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과 LG의 치열한 경쟁 속에 공격적인 투자를 한 데다 LCD 패널, 반도체 등 디지털TV 관련 소재 사업을 겸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동양증권 민후식 기업분석팀장은 "디지털 TV의 경우 일본업체와 달리 핵심 부품을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국내 업체가 기술 및 가격경쟁력 확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원천기술 확보와 브랜드의 벽. 삼성전자 관계자는 "영상분야 원천기술과 브랜드 경쟁력에서는 한국이 아직 열세"라며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브랜드 마케팅으로 이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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