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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 국내 대학들 학술교류 이름뿐인 "좁은 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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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 국내 대학들 학술교류 이름뿐인 "좁은 門"

입력
2003.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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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들의 학술교류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실적도 극히 미미한데다 일부 대학은 유명대학과의 교류를 과시하기 위한 방편으로 학술교류를 이용하고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학술교류는 단일대학으로서 힘에 부치는 연구활동을 진작시키기 위해 교수교류, 대학원생교류, 정보자료 교환, 국제협력사업 공동수행 등을 하면서 연구역량을 키우는 것이 원래 목적. 국내 대학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학술교류를 체결하고, 학생들이 캠퍼스를 옮겨가며 원하는 대학에서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학점교류부터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97년부터 지방 국립대간 학점교류 협정을 체결해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이에 앞서 연세대는 93년부터 서울대, 고려대, 대구대, 호남대, 인제대, KAIST 등 15개 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맺었다. 고려대도 최근 서울대와 학술교류 협정을 맺은 것을 포함, 연세대, 이화여대, KAIST 등 26개 대학과 학점을 교류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교류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이 매년 10명 내외에 불과한데다 학점교류도 소위 명문대들끼리 배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방대와의 자유로운 학점 교류를 허용한 서울대 학생이 지방대에서 학점을 따는 경우는 거의 없다. 2001년 서울대에서 1년 동안 수업을 들었던 서모(24·부산대 행정학과)씨는 "당시 지원 학생들은 의외로 많았지만 기숙사 거주 인원이 제한돼 15명 밖에 강의를 듣지 못했다"면서 "학점 처리가 다른 학생들보다 늦어져 좋은 학점을 받고도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도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 단 1명만이 서울대와 학점교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충북대 학생 이모(26)씨도 "학교측의 홍보부족으로 서울대와 학점교류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학생이 많다"고 꼬집었다. 서울대 사회학과 4학년 L씨는 학점교류 참여가 저조한 이유에 대해 "지방대에 딱히 특성화된 과가 있는 것도 아닌데 뭐 하러 지방까지 내려가 수업을 듣겠냐"고 대답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에서 지방 국립대로 가는 경우는 1학기에 5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립대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26개 대학과 학점교류 협정에 서명한 고려대는 계절학기를 제외하면 최근 몇 년 동안 연세대와만 학점교류를 해왔다. 연세대, 서강대, 고려대, 포항공대, KAIST, 공군사관학교 등과 폭 넓게 교류협정을 맺은 이화여대도 간헐적인 학점 교류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학생들의 참여가 많은 계절학기 학점교류도 서울대생의 상위권 성적 독점을 막기 위해 '서울대반'을 따로 만드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 소재 A대의 경우 지난 해 겨울 계절학기 중 일부 과목의 경우 서울대생을 위한 반을 따로 만들어 수강하도록 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A대에서 수업을 들은 이모(27·서울대 국사학과)씨는 "A대 학생들의 불평이 심해 어쩔 수 없다고 들었다"면서 "하지만 반을 분리해 따로 수강하게 한다면 이게 무슨 학점교류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같은 파행적인 학점교류 운영에 대해 대학 관계자들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연세대 조준식 기획과장은 "국내 대학들은 명문대학 위주의 교류에 치우쳐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전공중심의 학점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양대 오재응 기획조정처장은 "현재 국내 대학간 학점교류는 일부 명문대와 교류협정을 맺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대학교류의 첫 단계인 학점교류가 장학금제도 적용 등으로 보완되어야 교수나 연구 교류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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