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누구 뭐래도 제자를 가르치는데 최선을 다해야지요."우리나라 대학 행정학과 교과과정의 토대를 마련했던 서울시립대 윤재풍(65) 교수가 31일 정년 퇴임했다. 그는 1966년 국민대에서 첫 강단에 선 뒤, 78년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37년간 행정학을 가르친 한국 행정학의 산증인이다.
"퇴임은 형식적인 절차일 뿐입니다. 연구를 그만 둘 수는 없죠." 그가 73년 한국행정학회 활동 중 개발한 '대학 행정학과 모형 교과 과정'은 당시까지 체계가 안 잡혔던 우리나라 행정학과 교과과정의 새 모델로 각광 받았다. 윤 교수의 개발 모형은 학회에서 채택됐고 이후 각 대학이 이를 받아들여 행정학 교과과정의 본보기로 삼아왔다. 이후에도 80년 말까지 6차례에 걸쳐 수정을 가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행정학 교과체계를 정착시키는데 노력했다.
"외국 모델을 무작정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일을 시작한 거죠." 윤 전 교수가 아직까지도 연구·개발에 매달리는 이유다. 윤 전 교수는 여태껏 150여 편에 이르는 논문을 써왔고 행정 관련 외국 서적 5권을 번역하는 등 왕성한 학구열을 보여왔다. 최근 15년 동안 주말에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일주일 내내 학교에서 연구와 집필활동을 해왔을 정도의 근면함이 그런 학구열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가 행정학에 평생을 바친 이유는 간단하다. 행정학이 현대판 실학이자 종합학문으로 우리 삶의 모든 부분과 직결돼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국민들은 교통 교육 환경 치안 등 일상적인 문제에 관해 항상 고민합니다. 바로 그런 부분을 해결해 주는 것이 행정학이더군요."
그는 현 정부의 행정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행정은 정권이 끌고 가는 수레바퀴입니다. 5년 마다 정권이 바뀌는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의 일관성이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목표와 방향을 빨리 설정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없애 주어야 하는데 현 정부의 행정 목표는 아직도 혼미·표류돼 있는 느낌입니다."
지난해 8월부터 한국인간관계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최근 90년대 후반부터 몰아 닥친 신자유주의의 물결로 조직이 경쟁과 성과만을 강조하는 것을 항상 안타까워했다. 그는 "퇴임 후에는 인간미 넘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학생들과 고민하고 싶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사진=원유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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