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일 동안 고생하며 준비했던 세미나가 끝나고 학생들이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 순간 가장 보람을 느끼죠."서울 홍릉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4학기 졸업반 최크리(29·여·사진)씨는 유명인사다. 700여명의 재학생 가운데 유독 최씨가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바로 경영 세미나 모임인 SAIL(Student Association for Invited Lecture)의 회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5년 전 만들어진 SAIL은 유명 CEO 등의 외부 인사를 학생들이 직접 초청, 강연을 이어가고 있는 독특한 모임이다. 학생들이 기획부터 섭외, 세미나 진행까지 도맡아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지만 최씨와 동료들에게는 그 난관 마저 즐거움이다. 최씨는 "한참 활동이 흐지부지됐던 SAIL을 올해 초 재건해 현재 5명의 동료들과 함께 꾸려나가고 있는데 강연자 섭외부터 홍보물 부착, 안내, 세미나 진행까지 숨 돌릴 틈 없이 시간이 지나간다"고 말했다.
최씨가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지난해 초. 그는 대학에서 전산학을 전공한 뒤 국내의 한 대기업에서 IT 컨설팅 분야 경력을 쌓아왔다. 하지만 5년간의 직장생활을 통해 도전정신이 사그라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전문기술지식과 경영 마인드를 결합할 수 있는 기술경영(테크노 MBA)의 낯선 세계로 뛰어들었다.
최씨는 "정돈된 무대보다 개척할 곳이 많은 황무지가 내게는 제격"이라며 "'크게 되라'는 이름처럼 미개척 분야의 선두주자로 마음껏 크고 싶다" 며 당찬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학교 수업도 재미있었지만 평소 만나보고 싶었던 국내 굴지 기업 CEO의 강연을 준비하며 꿈을 키울 수 있는 것도 그에겐 행운이다. 그 동안 SAIL이 초청했던 인사들은 네띠앙 전하진 사장,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 안철수 소장 등의 IT 관련 인사부터 미래에셋 박현주 대표, 삼성전자 김병국 부사장 등까지 다양하다. 최씨의 열정적인 노력 탓에 SAIL의 세미나는 국내 대기업과 벤처 CEO들이 연단을 메웠고 많은 학생들로 넘쳐난다.
"그들과 만나며 쌓은 인적 네트워크는 내게 큰 힘으로 다가온다"며 여성CEO에 대한 꿈을 살짝 내비치는 최씨지만 성공 질주 신화는 거부한다. 최근 이해인 수녀를 강연자로 초청했던 최씨는 "대부분 직장 경력이 있는 학생들로 구성된 대학원 특성상 경쟁적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앞으로는 학생들의 정서에 도움이 될만한 인물도 강연자로 꾸준히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호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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