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6자회담 폐막일인 29일은 한때 북한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온종일 회담장 주변 분위기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전날까지만 해도 최소한 '10월 베이징에서 2차 6자회담을 연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발표문 작성이 유력하다는 희망적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북한이 회담 막판에 비타협적 자세를 보여 진통을 겪었다. 또한 미국도 공동발표문 작성에 적극적 자세를 보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10시 댜오위타이(釣魚臺) 팡페이위안(芳菲苑)에서 열린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김영일 수석대표는 종결 발언을 통해 "미국이 진전된 답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어 김 수석대표는 "각자 결과를 얘기하면 되지 공동발표문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버텼다.
이 바람에 1시간 가량으로 예정됐던 전체회의는 40분이나 더 진행된 끝에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 접견을 이유로 마무리됐다. 오후 들어서 중국이 주최국 요약문 발표를 통해 6개항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히는 등 참가국별 회견이 이어졌지만, 북한은 이날 오전 대미 공세에 힘을 준 조선중앙통신으로 대신했다. 미국도 이날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 대표단은 당초 회담 후 예정된 만리장성 방문 등 비공식 일정을 고려, 30일 귀국하는 항공편을 예약했지만 이날 오후 6시 비행기로 서둘러 귀국했다. 2일 미국을 방문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등과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회담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서다.
썰렁한 분위기는 전날부터 어느 정도 감지됐다. 김영일 수석대표는 28일 전체회의에서 제임스 켈리 미국 수석대표와 질문 공방을 이어가다 급기야 '핵 보유 및 실험' 발언으로 회담 분위기를 경색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대표들은 다른 참가국이 미국 제안의 긍정적 요소를 지적하자 "미국의 지시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중국 대표단은 뜻밖의 사태 전개에 화가 난 표정이 역력했고, 미국 대표단은 서둘러 회의장에서 퇴장했다고 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베이징=안준현기자 dejavu@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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