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6자회담 기간 중 북한이 보인 태도는 다른 참가국 대표단과 언론보도에 혼선을 주었다. 북한 김영일 수석대표는 회담 첫날인 27일 기조연설에서 비핵화 의지를 천명해 기대감을 불렀다.그러나 다음날 2차 전체회의에서는 핵무기 보유와 핵실험 가능성을 흘리며 미국을 압박했다. 마지막 날에는 공동발표문을 반대한 끝에 차기 회담의 무산 가능성까지 위협했다. 특히 북한은 다른 대표단이 베이징을 떠나기도 전인 이날 중앙통신을 통해 모든 나라의 기조발언문을 공개하는 외교적 도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매일 달라진 북한측의 태도를 놓고는 의도된 막판 흔들기라는 분석과 미국측의 태도에 대한 반발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은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연하고 완화된 입장을 표명했는 데도 미국이 '선 핵 포기' 방침 등을 분명히 하자 북한으로서는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핵 문제가 풀릴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최소한 2차 회담까지의 기간 동안 미국측에 물밑 협상을 간접적으로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미간 직접대화를 여전히 선호하는 북한으로서는 이번 6자회담에서 참가국들에게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는 등 명분을 축적하면서도 동시에 모호한 표현을 통해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내비치며 미국을 직접 겨냥해 거센 비판을 제기함으로써 모든 문제를 6자 테이블 내에서만 풀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6자 틀 내에서 미국을 고립시키려는 외교적 수사를 적극 구사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자신들을 포함해 한국, 중국, 러시아 등의 기조발언을 소개한 뒤 "조미간의 우려사항들을 일괄적으로 동시행동 원칙에 따라 단계별로 이행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면서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이러한 견해들을 전면 거부했다"고 주장한 점이 이러한 분석의 근거로 제시된다.
미국이 당초 의도한 '5대1 구도'를 깨고, '역(逆) 5대1 구도'를 만들어 미국을 포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선 핵 포기를 주장하는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은 대화의 틀이 어렵게 마련된 상황에서 6개국 중 어느 나라도 일방적으로 대화를 거부하기는 힘들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 자신들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알리기 위해 긴장고조 전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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