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확정 발표한 '2003년 세제 개편안'은 조세의 형평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는 점을 평가할 수 있다. 부동산에 대한 과세 강화,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 도입, 미술품·골동품 양도차익 과세 등이 대표적이다.이번 개편안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현금영수증카드 제도의 도입이다. 이르면 내년 7월부터 현금으로 물건을 사도 영수증만 챙기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 기명식 선불카드에도 소득 공제가 주어진다. 대신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지로 납부금에 대한 혜택은 낮췄다. 카드보다 현금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 제도의 도입은 개인 상거래의 49%가 현금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세원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서민들의 경제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측면에서 몇 가지 점들이 우려된다.
정부의 도입 논리가 너무 궁색하다. 정부는 신용카드 남발이 과소비를 조장해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있고, 신용카드 사용이 충분히 활성화되어 있어 건전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용사회 정착, 조세정의 등을 내세워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 권장했던 정부의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이다. 정책 실패에 따른 실책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으려 하기 보다 임기응변식으로 땜질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카드 대신 현금을 쓰면 소비가 건전해진다는 말인가.
그 동안 정부의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카드결제를 거부해 온 많은 현금 거래 업소들이 과연 얼마나 따라올지도 미지수다. 영세업체·상인들만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카드 사용을 권장하다가 갑자기 현금이 더 좋다는 식의 정책변화는 신뢰성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 신용사회 정착은 계속 추구해야 할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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