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몸매가 훨씬 날렵해진 빌-힐러리 클린턴 부부의 회춘 비결이 '사우스 비치 다이어트'로 알려지면서 이 다이어트법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6개월 전보다 빌 클린턴은 9㎏, 힐러리 클린턴은 6㎏이나 체중이 줄었을 만큼 다이어트 효과가 즉각적이기 때문. 힐러리의 자서전 출판기념파티에서 보인 클린턴 부부는 백악관 시절 배가 나오고, 두턱이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사우스 비치 다이어트란 마이애미대학 심장전문의인 아더 애거스톤 박사가 고안한 다이어트법. 플로리다주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다이어트는 탄수화물 즉 밥, 빵, 국수, 감자 등 전분과 과일을 2주동안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방법. 대신 육류, 생선을 충분히 먹기 때문에 '실컷 먹으면서 살 빼는 법'으로 여겨진다. 2주가 지나면 현미, 통밀, 일부 과일 등 좋은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애거스톤 박사는 "사우스 비치 다이어트는 저지방, 저탄수화물식이 아니라 좋은 지방, 좋은 탄수화물식"이라며 "고기, 생선, 어패류를 양껏 먹고, 야채·치즈·견과류를 충분히 섭취하며, 샐러드엔 올리브오일을 얹어 먹는 세 가지 원칙만 지키면 2주만에 4∼6㎏을 감량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욕구불만을 야기하는 정신 나간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더 이상 없다"고 덧붙인다.
40명의 비만자에 대해 12주간 이 식단을 적용한 결과 평균 6.2㎏이 감량한 임상결과도 있다. 이는 미 심장학회 다이어트(AHA)에 의한 감량효과보다 2배나 좋은 것이었고, 더욱이 복부비만,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 비율을 개선하는 데 월등했다.
비결이 뭘까. 애거스톤 박사는 탄수화물이 비만 악순환을 해결할 있는 스위치라고 강조한다. 정미되고 튀겨진 나쁜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할수록 인슐린 기능이 떨어지고 체중이 늘어난다는 것. 인슐린은 혈중 포도당(탄수화물의 대사물질)을 세포가 쓰는 연료로 바꿔주는데 그 기능이 떨어지면 결국 포도당이 소모되지 못하고 지방으로 (특히 복부에) 축적된다. 반면 나쁜 탄수화물을 덜 먹으면 인슐린 능력이 회복되면서 탄수화물을 정상적으로 대사하고 체중도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혈중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도 줄어 심장질환에도 긍정적이라는 주장이다.
사우스 비치 다이어트는 육류 위주의 식단이라는 점에서 황제다이어트와 비슷하다. 황제다이어트는 단기에 감량효과를 보여 국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곡기를 끊는 다이어트법은 우리나라 식단과 너무 동떨어지고 수분이 빠지는 감량효과에 불과, 결코 올바른 다이어트법이 될 수 없다"며 "다만 좋은 탄수화물과 나쁜 탄수화물에 대한 지적은 중요한 의미가 있으므로 적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폐물을 급격하게 배출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신장질환이 있는 경우 이 다이어트를 해선 안 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전문가 의견
강재헌 서울백병원 비만체형클리닉 교수
사우스 비치 다이어트는 황제다이어트의 새로운 버전이다. 황제다이어트는 의학계가 아직 옳은 다이어트법으로 권장하지 않으며 사우스 비치 다이어트 역시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 “실컷 먹으면서 뺀다”는 점이 매력적이지만 결국 요요를 일으키기 쉬운 것.
탄수화물을 먹지 않을 경우, 주된 에너지원인 포도당 공급이 끊긴 우리 몸은 지방을 분해해 케톤을 연료로 삼는다. 그런데 혈중 케톤 농도가 올라가면 소변량이 늘어 탈수가 일어난다. 짧은 시간에 체중감량 효과가 큰 것은 바로 수분이 빠지기 때문. 체지방이 빠지는 것이 아니다. 결국 다시 탄수화물을 공급하기 시작하면 체중이 쉽게 늘어난다.
사실 요요보다 더 큰 문제는 밥을 주식으로 삼는 우리나라 사람은 실행하기가 어렵고, 값비싼 다이어트 방법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육류 중심의 식단은 결국 섭취 열량이 늘어날 우려도 있다. 궁극적으로 체중감량은 섭취 열량과 소비 열량의 균형을 맞추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만 당지수가 낮은 탄수화물에 대한 강조는 매우 중요하다. 당지수가 낮을수록 몸에서 천천히 흡수된다는 뜻이기 때문에 인슐린이 덜 분비되며, 지방으로 바뀌어 쌓이기 전에 소모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비만 치료에서 강조하는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당지수가 낮은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다.
오동주 고대구로병원 심장내과 교수
육류 위주의 다이어트는 결코 심혈관에 좋지 않다. 심장의학계의 공인된 견해다. 탄수화물을 끊은 뒤 혈중 케톤 농도가 올라가면 혈중 노폐물이 많아져 혈관에 좋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좋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라는 2단계는 긍정적으로 볼만하다. 나쁜 탄수화물에 대한 경고는 탄수화물 자체보다 가공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러 번 튀긴 스낵은 동맥경화의 주범인 트랜스 지방이 많이 섞여있고, 흰 쌀은 미네랄, 비타민, 섬유질 등이 모두 깎여 현미 영양분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현미 통밀 등 섬유질이 풍부한 탄수화물은 콜레스테롤 흡수를 막는 효과도 있다.
좋은 지방에 대한 지적도 일리 있다.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심장질환의 위험인자인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높이며 쉽게 지방으로 축적된다. 식용유, 버터, 돼지 비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올리브유, 카놀라유는 포화지방이 적고 불포화지방이 많아 좋은 지방으로 꼽힌다. 땅콩 호두 등 견과류도 좋은 지방ㆍ단백질원이다. 그러나 일부러 많이 먹을 필요는 없다.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요점은 동물성 단백질과 포화지방을 경계하는 것이다. 대신 생선, 야채, 잡곡을 섭취하라. 세계보건기구도 최근 탄수화물을 늘리고 동물성 단백질과 포화지방을 제한하는 다이어트법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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