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원더풀 데이즈'는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은 영화다. 이 영화로 인해 한국 애니메이션이 지나치게 '웅장하고 비장한' 이야기에 매달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것은 돌려 말하면 이야기의 촘촘함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반면 부피감이 느껴지는 입체적 화면은 꽤나 돋보인다. 여기에 원일의 웅장한 음악과 맞물려 펼치는 박력있는 화면은 서기 2142년 지구 최후의 도시를 그럴 듯 하게 그려낸다. 수작업 2D와 컴퓨터 그래픽 3D, 미니어처 촬영을 최초로 결합한 실험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원더풀 데이즈'는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인류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오염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돌아가는 인공도시 에코반과 도시 외곽 유전지대에 위치한 마르 난민촌 사이의 증오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이 주제. 에코반 출신의 난민 테러리스트 수하는 에코반에 잠입했다가 그의 첫사랑이자 에코반 순찰대원 제이와 충돌한다. 여기에 제이를 좋아하는 경비대장 시몬이 끼어들면서 수하와 제이는 서로 난처해진다. 전체가.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는 '블레이드 러너'(1982)와 함께 '매트릭스' 등 후대의 SF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으로 꼽힌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대담한 이야기와 깊은 철학성, 투명 인간과의 싸움 등 진보적 테크놀로지 등 음미할 대목이 많다. 해커와 공각 기동대사이에 벌어지는 시장 추격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해커가 투명인간으로 변해 몸을 숨기고 시장 좌판을 헤집는 장면은 실사 영화의 박력을 넘어선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를 연결하고 있는 서기 2029년. 사람들의 뇌는 거대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다양한 혜택을 누리기도 하지만 거꾸로 해킹을 당해 기억이 조작될 수도 있다. 테러 방지와 요인 암살을 맡고 있는 공안 9과 사이보그 기동대는 해킹 혐의자를 추적한다. 주인공 쿠사나기 소령과 그의 동료 버트, 토쿠사 등은 신체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기계인 사이보그다. 사이보그 기동대는 혐의자가 인간이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임을 확인하게 된다. '功殼機動隊'. 12세가.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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