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메이저 영화사인 워너브라더스의 자회사 워너브라더스 인디펜던트(WBI)의 마케팅 및 홍보 담당 수석 부사장에 임명된 로라 김(한국명 김지연·사진)은 할리우드의 소문난 맹렬 여성이다. 저예산 독립 예술영화를 제작·배급하고 외국어 영화를 수입 배급하기 위해 설립된 WBI의 마크 길 사장은 "올해 나온 훌륭한 독립 영화 절반의 홍보를 로라가 맡았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며 "로라는 총명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부지런해서 독립영화계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지난 12년 간 홍보회사 mPRm에서 일하면서 부사장까지 올라간 로라 김은 전세계 주요 영화제에 참가해 작품을 구입하는 업무도 맡는다. 그의 새 직책은 미국 메이저영화사에서 활동하는 한국계는 물론, 아시아계 전체로서도 가장 높이 올라간 자리이다. 업무는 10월6일부터 시작한다.
김씨는 "내게 수석 부사장직 제의가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내 적성에 잘 맞고 그 곳 동료들과 작업 분위기도 좋아서 일을 맡았다"고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사실 그에게는 그 동안 여러 차례 메이저와 준(準)메이저 영화사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그러나 마크 포가체프스키 사장과 함께 설립하고 키워온 mPRm에 대한 애착 때문에 모두 사양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전과 책임의식을 갖고 새로운 일에 매달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자리를 옮기기로 결심했다. 포가체프스키 사장의 격려도 마음을 굳히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로라 김은 mPRm에서 때로는 한꺼번에 7편의 영화를 홍보할 정도의 실력과 열정을 과시했다. 겉보기에 얌전하고 상냥하지만 추진력과 집착력이 강한 '터프 레이디'다. 그가 홍보한 영화는 다양했다.
'샤인' '뮤리엘의 웨딩' '스위트 히어애프터' '행복' '엘리자베스' '존 말코비치 되기' '침실에서' '멀홀랜드 드라이브' '피아니스트' 등이 대표작이다. 최근 영화로는 한국계 배우 존 조와 강성호가 주연한 '내일은 운수대통(Better Luck Tomorrow)' '더티 프리티 싱즈' 및 '아메리칸 스플랜더', 한국영화로는 '춘향뎐'과 '집으로' 등이 있다.
로라 김은 특히 한국영화에 강한 애착을 갖고 홍보에 공을 들였다. 그 이유는 '강하게 느껴지는 정서적 연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요즘 한국 영화계의 질적 양적 성장이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아무리 한국영화지만 작품이 좋아야 홍보할 때도 신이 나는 법이죠." 한국영화를 외면하는 한국인들을 볼 때 가장 속이 상한다는 로라 김은 "한국영화가 미국 흥행에 성공하려면 먼저 한국인들이 많이 봐서 영화의 주가를 올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늘어나는 재미동포 1.5세들의 미 영화계 진출도 눈여겨보고 있다. "우리 후손들이 미국 영화계에서 성공하기 위한 초석을 부모들이 놓아야 해요.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에 가고, TV를 보고, 책도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문화예술의 양식을 제공해야지요. 미국에서는 영화의 영향력이 큰 만큼 보다 많은 동포가 영화에 진출해야 합니다. 모두 의사나 변호사가 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로라 김은 생후 6개월 때 미국으로 이민 와 보스턴대에서 매스컴PR을 전공했다. 졸업 후 LA로 와 1989년부터 디즈니 영화사 브에나비스타 픽처스의 마케팅부에서 일하다가 91년 포가체프스키사로 옮겼다.
아직 미혼인 그는 한사코 나이 공개를 꺼리며 "12년 동안 영화만을 사랑하다가 보니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고 수줍어했다.
/LA=박흥진 LA미주본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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